‘떼창’하며 응원봉 흔들…뮤지컬 싱어롱 커튼콜에 배우-관객 하나로
이지윤 기자
입력 2024-11-06 14:40 수정 2024-11-06 14:42
뮤지컬 ‘광화문연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커튼콜은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하는 관객이 함께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CJ ENM 제공.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의 백미는 다름 아닌 커튼콜이다. 핀마이크 대신 핸드마이크를 들고 무대로 나온 출연진과 함께 관객이 야광봉을 흔들며 간판 넘버 ‘붉은 노을’을 ‘떼창’하기 때문. 공연장에서 판매되는 머천다이즈(MD) 중 야광봉은 프로그램 북 뒤를 잇는 효자 상품일 정도다.
소위 ‘시체 관극’이라 불릴 만큼 엄숙한 관람 문화가 요구되는 국내 뮤지컬계에서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커튼콜이 확산세다.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무까지 따라 추는 ‘싱어롱 커튼콜’이 환호를 사고 있는 것.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리지’의 커튼콜은 본공연 뒤 ‘숨겨진 3막’으로 불린다. 1막 마지막 넘버인 ‘누군가가 뭔 짓을 할 거야’를 포함해 총 5곡을 10분간 메들리로 들려주면서 관객 떼창을 끌어낸다.
뮤지컬 ‘리지’의 싱어롱 커튼콜은 무려 10분간 이어지면서 ‘숨겨진 3막’으로 불린다. 쇼노트 제공.
싱어송 커튼콜은 ‘회전문 관객’이 많고 떼창 문화가 자연스러운 우리나라에서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엔 뮤지컬 마니아들만 참여했던 것과 달리 최근엔 관객 다함께 열광하는 추세”라며 “공연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여러 차례 관람한 관객이 늘어났고, 고유의 떼창 문화가 영향을 줬다. 미국 브로드웨이 등 해외와 비교해도 흔치 않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커튼콜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도 활발하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기존 커튼콜용 MD인 발광다이오드(LED) 반지를 올해 야광 팔찌로 업그레이드했다. 무대에서 객석으로 내려온 출연진과 함께 대표 넘버 ‘Raise you up’을 부르고 춤추는 시간을 밝히는 불빛이 더 커지고 밝아진 것. 서울 종로구 예스24아트원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이터니티’는 이달 5~10일 ‘싱어롱 위크’를 열고 커튼콜을 위한 가사지와 야광봉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향후 소형 슬로건도 증정할 예정이다.
뮤지컬 ‘킹키부츠’의 커튼콜에서는 객석으로 내려온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안무하며 대표 넘버 ‘Raise you up’을 부른다. CJ ENM 제공.
공연제작사는 긍정적인 관객 경험을 제공하고 공연의 여운을 강화할 수 있다. 뮤지컬 ‘리지’를 만든 공연제작사 쇼노트의 서수연 마케팅본부장은 “록 뮤지컬이라는 특성에 착안해 작품이 주는 음악의 힘을 마지막까지 이어가고, 억압에서 해방되는 작품 서사를 따라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이 직접 해방을 체험하길 바랐다.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어 배우들도 싱어롱 커튼콜을 반긴다”고 했다. ‘광화문연가’를 제작한 CJ ENM 공연사업부 관계자는 “관객 경험은 예매하는 순간부터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공연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만들어 몰입감을 높이려 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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