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초경량 스포츠카 온다… 알핀 심장부서 만난 ‘A110’
동아일보
입력 2024-11-04 18:54 수정 2024-11-04 20:09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 디에프 장 르델레 알핀 공장.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공동취재단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대부분이 한국 시장에 진출해 있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대중적인 모델부터 최고급차, 슈퍼카 등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 스포츠카 브랜드 ‘알핀’은 한국에서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자동차 애호가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브랜드지만 일반에겐 생소하게 다가온다. 알핀을 굳이 구분 짓자면 아우디와 포르쉐 사이 정도의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다. 프랑스 태생이라 디자인은 확실히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알핀은 내후년 한국 진출에 앞서 올해 파리모터쇼 취재진을 대상으로 프랑스 내 알핀 공장 및 엔지니어링 센터 역할을 소개하고 미래 디자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디스커버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사실 프랑스는 초창기 현대식 자동차 산업을 개척한 국가로 꼽힌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면서 하락세를 겪다가 르노와 푸조의 부활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알핀은 일찌감치 우수한 프랑스 자동차 기술력을 과시해온 브랜드다. 1955년 레이싱 드라이버 장 르델레가 설립한 이래 르망24와 세계랠리선수권(WRC) 우승을 차지하는 등 프랑스 스포츠카 전문 제조사로 이름을 떨쳤다.
지난 1973년 르노에게 인수된 이후 현재는 르노 그룹 산하 고성능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A610 단종으로 모든 알핀 모델은 생산이 중단됐지만 2017년 A110이 재출시되면서 자동차 업계에 복귀했다.
알핀의 저력은 설립자 고향인 프랑스 북쪽 노르망디 디에프에서 나온다. 취재진이 찾아간 알핀의 심장부 ‘디에프 장 르델레 공장’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디에프 장 르델레 알핀 공장은 1969년 준공됐다. 이곳에서 A106, R5 알핀, 클리오 2 RS 등 시대를 풍미한 스포츠카가 탄생했다. 현재는 경량 미드십 스포츠카 A110을 생산 중이고, 올해 말부터 전기 스포츠백 A390 제작에 돌입한다.
알핀은 A110만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2020년 3005대를 팔았는데 이듬해엔 3782대로 판매가 급증했다. 지난해는 4708대로 고성능 시장에 돌아온 이후 역대 최고 판매량을 찍었다.
알핀 공장에서는 사람과 기계의 상호작용을 볼 수 있었다. 자동차 부품은 조립 키트로 준비되고, 센서로 모니터링 돼 작업자가 공정 과정에서 어떤 부품을 연속해서 가져와야 하는지 필요한 부품을 빛 신호로 알려준다. 잘못된 부품을 선택하면 즉각 경고음이 울린다.
특히 항공에서 영감을 얻어 도입된 리벳 조립 공정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앤 캐서린 바셋 알핀 제조 및 디에프 공장 담당 디렉터는 “완벽한 밀착 조립이 가능한 이 공정 덕분에 알핀은 최종 소비자에게 비용 대비 우수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현재 생산하고 있는 A110 제작에 무려 1600개의 리벳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체 조립 과정에서 특별한 점은 용접을 생략하고 특수 접착제로 부품을 연결하는 부분이다. 바셋 공장 디렉터는 “특수 접착제를 이용해 경량화를 추구하고, 나아가 차체 변형에 따른 얘기치 못한 불량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량화는 가벼운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알핀 창시자의 핵심 방향이다. 일례로 여기서 만들어지는 A110 고성능 버전 A110R는 경량 알루미늄 바디를 채택해 무게가 1095kg에 불과하다. 비슷한 크기의 스포츠카 포르쉐 718 박스터(1405kg)와 비교하면 무려 310kg나 적게 나갈 정도로 가볍다.
잠시 스쳐지나간 도장 공정도 인상적이었다. 개인화 프로그램을 통해 A110에 다양한 색상이 입혀지는데 특정 색상은 여성 작업자의 수작업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현재 차량 색상의 경우 총 26가지 색상 구현이 가능하다.
특히 도장 전 샌딩 로봇에 차체를 통과시키는 작업이 흥미로웠다. 흠집을 제거하고 도장할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는 이 작업을 거치면 기술자가 투입돼 일일이 손으로 차체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커다란 빛 터널에서 돋보기로 최종 마감을 점검한다. 프랑스 최상급 맞춤복을 의미하는 오트쿠튀르가 연상됐다.
도장은 디에프 공장에서 100km정도 떨어진 산두빌(르 아브르 항구, 노르망디 지역 위치. 1964년부터 50년 동안 르노의 17개 모델 생산) 공장에서 가장 기초적인 도장을 진행하게 된다. 이는 디에프 공장의 다소 작은 면적으로 인해 추가적인 시설을 설립하기 보다 자재 이동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도장을 진행한다. 기초적인 도장이 끝나면, 디에프 공장으로 다시 옮겨져 최종 마무리 도장(부식방지)을 진행한다.
바셋 디렉터는 “공장의 생산 능력은 A110모델 기준 하루 최대 11대”라며 “총 1만9000제곱미터의 규모로 르노그룹 내 작은 편에 속하는 공장으로 분류되지만 공장 임직원들은 알핀차를 만드는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디에프 공장도 친환경 흐름에 맞춰 관련 설비를 갖추느라 분주했다. 프랑스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절감 정책에 맞춰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뤄 낼 예정이다. 생산되는 프로세스에서 나오는 탄소는 모두 없앤다는 구상이다.
2026년부터는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거듭난다. 알핀 첫 번째 전기차 A290은 현재 프랑스 북부지역에 위치한 두에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두에 공장에서는 R5, 세닉, 메간 등의 전기차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2024 파리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A390_β는 당장 연말부터 디에프 공장에서 생산 예정이다. 전기 SUV A390 생산을 위한 설비는 A110 부품 조립 공장 내부 한편에 있었다. 바셋 디렉터는 “차체 조립과 도장 공정, 모터·배터리 제작은 인근 르노그룹 공장에서 진행하고, 이곳에서는 최종 조립만 담당한다”며 “비용절감·효율증대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A110 전동화 모델 또한, 디에프 공장에서 생산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2030년까지 앞으로 디에프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은 전동화 모델이 될 전망이다.
한편, 알핀은 올해 말 20대 한정으로 간판 A110을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일 예정이다. 이후 2026년 본격적으로 브랜드 출범을 계획하고 있다.
정진수 동아닷컴 기자 brjean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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