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올들어 33% 치솟아… 내년 3000달러 넘을 수도

신아형 기자

입력 2024-10-29 03:00 수정 2024-10-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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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금리인하-트럼프 선전에 강세
국내 순금 한돈 가격 50만원 넘어
금현물ETF 순자산도 325% 증가
국채 대신 수요 늘어 강세 이어질듯



국제 금값이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하며 끝없이 오르고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와 미국 대선, 지정학적 긴장 등이 전통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내년에도 ‘골드 랠리’가 지속되면서 온스당 30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 금 올 들어 33% 상승… 은도 40%↑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금 1kg 현물의 g당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77% 오른 12만9190원에 마감했다. 순금 한 돈(3.75g)의 가격은 50만 원을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25일 종가 기준 온스당 2754.60달러까지 올랐다. 지난달 온스당 2600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이달 2700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은 올 들어 약 33% 치솟았다.

금값이 상승 랠리를 이어가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 상품들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유일 금 현물 ETF인 ‘ACE KRX금현물’ 순자산총액은 25일 기준 4659억 원으로 지난해 말(1095억 원)보다 무려 325.4% 증가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47.81%에 달한다. 금 선물과 연동한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 등은 올 들어 각각 26.33%, 26.14% 올랐다.

은값도 덩달아 뛰고 있다. COMEX에서 12월 인도분 은 가격은 25일 온스당 33.78달러까지 올라 연초 이후 40% 넘게 상승했다. 은은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재로 쓰이면서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 내년에도 ‘골드 랠리’… 3000달러 돌파 가능성

시장에서는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시작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해진 것이 금에 대한 수요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한다. 통상 유동성이 풀리면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데 반해 실물자산인 금은 가치를 보존할 수 있어 투자 수요가 증가한다.

특히 신흥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연기금 등이 달러 가치 하락에 대비할 자산으로 금을 선택해 꾸준히 금괴를 사 모으고 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금 소비의 23.6%를 중앙은행이 차지해 2022년(22.8%) 이후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다음 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또한 금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우는 기업 법인세 감면, 관세 인상 등이 실제로 시행되면 재정 악화 가능성이 커져 국채 발행이 늘고, 그 결과 채권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며 “국채 대신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 상승 사이클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매우 빠른 상승 사이클이 이어지고 있다”며 “내년에는 온스당 3000달러를 넘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순 리스크 관리를 넘어, 미 국채와 달러화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금을 장기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보유하려는 수요가 여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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