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vs 영풍-MBK 지분 3%P 격차…주총까지 분쟁 장기화
김재형 기자
입력 2024-10-28 17:21 수정 2024-10-28 17:22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의 모습. 2024.10.28/뉴스1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펼쳐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전이 압도적 승자 없이 막을 내리게 됐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될 정도로 수조 원대의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도 어느 한쪽도 의결권 있는 주식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해 당분간 장내 주식 추가매수와 임시 주주총회 개최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우군인 베인캐피털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진행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총주식의 11.26%인 233만 1302주를 샀다. 이중 의결권을 가진 주식은 베인캐피털이 매입한 1.41%(29만1272주)로 고려아연이 매입한 자사주 9.85%(204만30주)는 소각될 예정이다.
의결권을 가진 주식만 따지면 최 회장 측의 우호 지분율은 기존 33.99%에서 35.41%로 바뀐다. 이렇게 되면 14일 먼저 끝난 공개매수에서 5.34%를 확보한 영풍 측 우호 지분율(38.47%)과의 격차가 4.48%포인트에서 3.07%포인트로 소폭 줄어든다.
애초 최 회장 측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의 매수가(주당 66만원→ 75만원 → 83만원)보다 높은 89만원을 제시해 상대방의 공개매수를 저지한다는 계획이었다. 최대 20%(414만657주)를 확보하려고 했지만 목표치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영풍 측이 약간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아 당분간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이 이번에 확보한 자사주(9.85%)를 소각하면 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의 지분율은 각각 42%와 4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영풍 측은 △신규 이사 선임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등 두 개 안건 처리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서를 고려아연 측에 발송했다. 영풍 측이 추천하는 이사 14명(사외이사 12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을 신규 선임하고, 이사회에 의사결정권과 집행, 감독권이 집중된 현 지배 구조를 분산시키기 위해 대표 이사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최 회장 측이 임시 주총 청구를 거부하면 영풍 측은 법원에 주총 소집 허가를 신청하는 순서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까지 몇 개월이 걸려 실제 주총 개최는 내년 초나 3월 정기 주총에 열릴 가능성도 나온다. 고려아연 측은 현재 추가로 확보한 지분까지 총 12.25%인 자사주 가운데 1.4%를 제삼자 배정 등의 방식으로 의결권이 있는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공개 매수 종료 결과에 대해 “이번 청약 결과를 통해 주주 다수가 최윤범 회장 개인의 경영권 유지 목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킨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기존에 알려진 우호 지분 외에도 추가로 ‘숨은 우호 지분’을 1% 정도 늘릴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분율 격차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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