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포드 철수한 인도서 현대차가 ‘국민차 브랜드’로 거듭난 이유

구르가온=김재형 기자

입력 2024-10-28 17:18 수정 2024-10-2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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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 시간) 연 3000대 이상(2023년 368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현대자동차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의 딜러숍 ‘트라이엄프(Triumph) 현대 구르가온’ 앞에 현지 수요가 많은 크레타 등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전시돼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철저한 ‘인도화’. 23일(현지 시간) 오후 인도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의 현대자동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만난 김언수 인도아중동대권역장 부사장이 꼽은 성공의 비결이다. 현대차는 전날 인도 증시 상장으로 4조5000억 원을 확보했다. 인도 주식 시장 개장 이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그만큼 인도에서 현대차의 인기가 높다는 얘기다.

인도가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공략은 쉽지 않았다. 현대차와 비슷한 시기 인도에 진출한 포드는 25년 만인 2021년 철수를 선언했다. 제너럴모터스(GM) 역시 수익성 악화로 2017년 인도 시장에서 물러났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을 철저히 분석해 현지 문화와 환경 등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세단 위주였던 당시 인도 차량 전고(차량 높이)는 대부분 1500mm 정도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과감히 바꿔 차량 높이를 6cm 높인 현지 전략형 경차 ‘상트로’를 출시했다. 머리에 약 10cm 높이의 터번을 착용하는 현지 시크교도인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기존 차량들은 터번을 쓰고 차량을 탑승하면 차에 걸려 벗겨지기 일수였지만 현대차는 이를 해소했다. 상트로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는 1999년 시장 점유율(전체 판매량 기준) 10.9%를 달성했다.

차량 높이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상고(바닥부터 자체까지 높이)도 2cm 높였다. 인도는 아직 비포장 도로가 많고 포장된 도로 상태도 좋지 않다. 이 때문에 기존 차량을 그대로 이용할 경우 차량 하부 손상이 많다. 지상고를 높인 것은 인도의 도로 상황을 감안한 조치였다.

현대차는 소형 해치백(뒷좌석과 적재 공간이 합쳐져 있는 외형)과 차체가 낮은 세단이 대다수던 인도에서 현지 최초 도심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직각 형태의 정통 SUV 모델만 즐비하던 인도 도심에서 곡선미를 강조한 크레타의 디자인은 현지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크레타에는 인도인들이 차량 내부에 복을 비는 불상 등 신상(神像)을 올려 놓는다는 점도 반영했다. 차량 대시보드에 불상 등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논슬립 패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불상을 올려도 미끄러지지 않도록 했다. 인도인들의 문화를 세심하게 배려한 것이다.

인도의 대기질 지수(AQI)가 서울의 5배인 300을 넘기는 곳이 많다는 점도 감안했다. 2020년 현대차는 오염도가 높은 현지 대기질을 고려해 크레타에 팔걸이 일체형 공기청정기를 부착했다. 다른 브랜드들은 통상 5000만 원 대 이상 고급 차종에 공기청정기를 적용했는데 2000만 원 대 차량에 공기청정기를 탑재한 것은 사실상 현대차가 처음이다.

현지 문화를 반영한 이런 노력으로 크레타는 팬데믹으로 인도 시장 전체 자동차 판매량이 줄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10만대 이상 꾸준히 판매됐다.

크리팟 샤카르 미스랴(Kripa Shankar Mishra·인도) 현대차 인도법인 딜러 개발 총괄 책임자는 “다른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독립성이 떨어져 그때그때 인도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 발굴에서 뒤처진다”며 “현대차는 최근 인도 주차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해 저가 모델 차량까지 후방 카메라 기능을 탑재하는 등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르가온=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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