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로 서기, 10초도 못 버틴다면…건강 상태 ‘심각’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10-24 10:10 수정 2024-10-24 16: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 발로 서 있는 능력이 나이 든 사람의 건강 상태를 평가하는 가장 효과적이며 신뢰할만한 방법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악력, 걷는 속도, 두 발로 서기 같은 전통적인 측정방법보다 한 발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 노화에 따른 신체 저하 정도를 더 잘 예측한다는 것이다.
과학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23일(현지시각)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50세 이상의 건강한 성인 중에서 한 발, 특히 비우세 다리(평소 덜 사용하는 다리. 예를 들면 오른발잡이의 왼 다리)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다른 부위와 비교해 나이에 따른 가장 빠른 감소율을 보였다.
CNN, 야후라이프, 스터디파인즈 등에 따르면 미국 메이요 클리닉의 근골격계 연구 교수인 켄튼 카우프만 박사는 “균형은 신체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방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한 쪽 다리로 서는 능력은 전반적인 건강 시스템의 좋은 척도”라고 말했다. 그는 “균형 감각이 좋으면 낙상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노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연구자들은 40명의 건강한 성인(절반은 65세 이상, 나머지는 65세 미만)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운동 수행 능력을 분석했다.
근력, 균형감, 걷기 패턴을 측정하여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능력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고자 했다. 균형 운동의 경우, 참가자들에게 눈을 뜨고 두 발로 서기, 눈을 감고 두 발로 서기, 그리고 각 다리로 한 발로 서기를 요청했으며 각각 30초 동안 진행했다.
걷기 패턴은 연령 그룹 간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반면 다른 측정치에서는 상당한 수준의 나이 관련 감소가 나타났다. 특히 한 발로 서 있는 능력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비우세 다리는 10년마다 2.2초, 우세 다리는 1.7초씩 줄었다. 반면 악력은 10년에 3.7%, 무릎 힘은 같은 기간 1.4%의 비율로 감소하는 데 그쳤다.
책임저자인 카우프만 박사는 한 다리로 5초 이상 균형을 잡을 수 없는 사람은 넘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발로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과 건강한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는 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영국 스포츠의학 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린 연구에서는, 최소 10초 동안 한 발로 서 있지 못하는 사람은 균형이 더 좋은 사람에 비해 향후 10년 동안 사망할 확률이 거의 두 배(84%)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69세 이하에서는 약 30초, 70~79세는 약 20초, 80세 이상에서는 10초 이상 자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 발로 서 있기 테스트는 매우 실용적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는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특수 장비나 의료 전문가의 도움 없이 누가나 집에서 할 수 있다. 눈을 뜨고 한 발로 얼마나 오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지 시간만 재면 된다.
CNN에 따르면 한쪽 다리로 오래 서 있을 수 없는 사람은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뇌 또는 신경계 질환과 같은 건강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카우프만 박사는 설명한다. 그는 한쪽 다리로 5초 이상 서 있을 수 없다면 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장한다.
연구진은 남녀의 편차 없이 대부분 측정에서 나이에 따른 하락 비율이 비슷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약 30% 더 높은 악력과 27% 더 높은 무릎 힘을 보였지만, 두 성별 모두 나이가 들면서 동일한 비율로 앞서 소개한 수치의 감소를 경험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흥미로운 점은 걷기 속도, 보폭, 안정성 등 걷기 패턴은 나이에 따른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기본적인 걷기 능력이 건강한 노화 과정에서 비교적 잘 유지된다는 것을 시사하며, 한 발로 서기와 같은 더 어려운 활동이 나이에 따른 쇠퇴의 초기 징후를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은 균형감이다.
“균형감이 없으면 앉거나, 서거나, 걷거나,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는 일조차 할 수 없다”라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의과대학 산하 펜 메디신(Penn Medicine)의 임상 물리 치료·재활 의학 부교수인 존 바스데반 박사가 야후 라이프에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는 시간이 지남에 이 능력을 잃게 되는 데 근육량의 자연스러운 감소, 신경계에서 나오는 힘의 감소, 그리고 뇌에서의 협응력과 실행력의 감소 때문이라며 이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럿거스(Rutgers) 대학교의 재활·운동 과학 부문 부 책임자인 낸시 커시 박사는 “균형이 좋지 않다는 것은 건강에 위험이 되는 기저 질환이 있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야후 라이프에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그녀는 “10초는 한 다리로 균현을 잡는 데 있어 최소한의 시간으로 간주된다”며 나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시간을 목표로 삼아 균형감각을 키우는 훈련을 하는 게 좋다고 권장했다.
40세 미만:약 45초.
40~49세: 약 40초.
50~59세: 약 37초.
60~69세: 약 28초.
70~79세: 약 14~20초.
80세 이상:약 6~10초.
뉴욕대학교 물리치료학과 부교수이자 이 대학 재활과학 박사과정 책임자인 아나트 루베츠키 박사는 모든 연령대의 사람들이 신체 활동을 하고 근력과 균형 감각을 단련해야 건강한 노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녀는 “균형은 다양한 작업에 필수적이며, 말을 하면서 걷기, (머리) 돌리기, 빠르게 회전하기, 물건 잡기, 어둠 속에서 걷기, 다양한 표면에서 걷기, 넘어졌다가 일어나기 등 모든 과제를 연습해야 한다”며 “한 다리로 서는 연습을 하면 한 다리로 서는 능력이 더 좋아지겠지만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균형 문제와 낙상 위험을 해결할 수는 없다. 한 다리로 서는 것을 포함하되 이에 그치지 말고 정적, 동적, 전반적인 근력 등 모든 측면에서 균형감을 키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CNN에 설명했다.
그러면서 균형을 향상시키기 위해 한 쪽 다리로 약 30~60초의 균형 잡기를 목표로 하는 피트니스 또는 요가 수업과 같은 균형 수업을 권장했다. 다른 간단하고 쉬운 운동으로는 한 다리로 서서 균형을 잡고 버티면서 양말을 신는 훈련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Age-related changes in gait, balance, and strength parameters: A cross-sectional study(-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310764)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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