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덩어리 핀셋 제거… 콩팥기능 최대한 살리는 로봇수술의 대가

김상훈 기자

입력 2021-02-27 03:00 수정 2021-02-27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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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베스트 닥터]〈27〉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난치성 신장암 로봇 수술 분야에서 특히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다. 홍교수는 최근에는 신장암 수술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5년 전 40대 여성 A 씨가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50)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신장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10cm 크기의 암 덩어리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
수술 직전에 A 씨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다. “결혼하면서 남편과 약속했습니다.
태어난 날은 다르지만 죽는 날은 함께하기로. 그 약속을 못 지킬까 두렵습니다.”
늘 수술에 집중하는 홍 교수이지만 이번 수술만큼은 더욱 집중해야 했다.
그 덕분에 복강경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A 씨는 종양내과에서 후속 항암치료를 받았다.
홍 교수는 A 씨가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60대 여성 B 씨는 3년 전 홍 교수를 찾아왔다. 그 전에 다니던 병원에서 “더 이상 해 줄 게 없으니 홍 교수를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 당시 B 씨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일단 콩팥이 하나뿐이었다. 이미 신장암으로 한쪽 콩팥을 들어낸 상태였다. 나머지 콩팥에도 암세포가 번진 것. 설상가상으로 암세포는 깊이 박혀 있었고 혈관에 닿아 있었다. 게다가 B 씨는 체중이 100kg이 넘는 초고도 비만이었다. 이 때문에 심혈관계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 약물로 인해 수술 도중 피가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콩팥을 적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B 씨는 그럴 수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콩팥을 들어내면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고난도의 수술이 시작됐다. 홍 교수는 로봇으로 암 덩어리를 절제했다. 평소보다 30분 정도가 더 걸렸지만 수술 결과는 좋았다. B 씨는 평생 투석의 고통을 피할 수 있게 됐다.

○ 난치성 신장암 로봇 수술의 대가

암이 전이되지 않았을 경우 암 덩어리만 부분 절제하거나 그 암 덩어리가 있는 콩팥을 통째로 들어낸다. 과거에는 모두 개복 수술을 했지만 최근에는 복강경과 로봇 수술이 많이 시행된다. 로봇 수술은 개복 수술에 비해 절개 부위가 작다. 출혈과 통증도 적다. 로봇 수술로는 콩팥을 살리면서도 깊이 박힌 암세포나, 덩어리가 큰 암세포(최대 8cm)를 제거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경우 콩팥을 들어내야 했다.

대정맥은 온몸의 피를 심장으로 보내는 혈관이다. 이 대정맥에 붙어있는 혈전이 떨어지면 혈관을 타고 폐와 심장으로 흘러들어 갈 수 있다. 이 혈전이 온몸으로 퍼지면 갑자기 사망하기도 한다. 이게 ‘대정맥혈전증’인데 신장암 환자의 4∼10%에게 동반되는 병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1년 생존율이 30%가 안 된다.

이 수술은 비뇨의학과에서 가장 어려운 수술로 여겨진다. 심지어 수술 도중에 혈전이 떨어져 나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환자의 수술은 비뇨의학과 외에도 흉부외과, 혈관외과 의사도 참여한다. 이 수술은 대부분 개복 수술로 진행된다. 하지만 홍 교수는 이런 환자도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시행한다. 정교함이 필요해 국내외를 통틀어 이런 환자를 복강경이나 로봇으로 수술하는 의사는 드문 편이다.

이처럼 홍 교수는 로봇 수술의 대가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물론 처음부터 지금의 경지에 오른 건 아니다. 2009년 병원에 처음 수술용 로봇이 들어왔을 때부터 수없이 훈련을 했다. 처음에는 로봇팔로 고리를 옮기고 매듭을 만들거나 봉합을 하는 연습을 했다. 그 다음에는 종이학 접기에 도전했다. 한 변이 1.5cm 정도인 정사각형 종이로 20분 만에 종이학을 접었더니 쌀 한 톨 크기가 됐다. 정교한 수술에는 최적의 훈련이었다. 이후 계속 종이학을 접었고 나중에는 10분으로 단축했다.

○인공지능 기술 신장암 치료에 도입

홍 교수는 신장암 진료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방안을 요즘 연구하고 있다. AI가 실제 진료에 활용되려면 무엇보다 AI를 학습시킬 데이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는 신장암 환자의 데이터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았다. 홍 교수는 바로 이 작업부터 시작했다. 일단 서울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신장암 환자 2000여 명의 데이터를 추렸다. 이들의 데이터를 모두 살핀 후 AI 학습용 데이터로 적합한 500명의 환자를 최종 선별했다. 환자별로 100장의 영상 이미지를 데이터화했다. 총 5만 장의 이미지를 AI 학습용 데이터로 구축한 것이다.

딥러닝을 통해 AI를 학습시킨 뒤 테스트에 들어갔다. 실제 의사 6명과 AI의 진료 실적을 비교한 것. 대결 분야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가 양성 종양과 암을 구별해 내는 것이었고, 둘째가 신장암의 여러 유형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사람과 AI 모두 80%를 조금 넘는 정확도를 보였지만 미세하게 AI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AI의 정확도가 뛰어난 점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신속한 판단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의사가 1시간 정도 걸려서 판단할 것을 AI는 단 몇 분 만에 판단한다는 것. 게다가 진료 데이터가 쌓이면서 정확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 연구는 5년 단위의 국책 과제로 진행되고 있다. 홍 교수의 최종 목표는 임상시험을 끝내고 실제 진료에 도입하는 것이다. 홍 교수는 “이를 위해 영상 이미지 위주의 현재 데이터에 조직검사, 임상정보, 유전체 등 데이터를 추가할 계획이다. 이 네 가지 데이터를 융합하면 AI의 진단 정확도가 더 높아지고 향후 질병 상태 예측도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신장암 구별법과 예방요령
옆구리 통증-혈뇨땐 의심, 건강한 생활습관 중요
40代이후 매년 초음파검사를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신장암 또한 병기별로 생존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 암세포가 콩팥을 벗어나지 않은 1기에 암을 발견한다면 5년 생존율은 97%에 이른다. 하지만 암세포가 콩팥 주변 조직이나 림프샘(림프절)을 침범한 2기 이후로는 생존율이 70%대로 떨어진다. 만약 암세포가 멀리 떨어진 장기로 원격 전이됐다면 생존율은 10%대로 뚝 떨어진다. 홍성후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인 셈”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신장암에 걸릴 위험은 여자보다 남자가 크다. 일반적으로 남자의 신장암 발병 확률은 여자의 2배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 환자도 신장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신장에 낭종이 있거나 투석을 받는 환자도 신장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신장암에 걸리지 않는 비결이 있을까. 홍 교수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드는 것 말고는 절대적인 비결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담배를 끊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며, 항산화 영양소가 많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라는 것.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부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콩팥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으니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다만 신장암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신장암에 걸렸다면 대체로 △옆구리에 통증이 있거나 △혹이 만져지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홍 교수에 따르면 신장암 환자의 40% 정도는 세 가지 증세가 다 나타나며 나머지는 대체로 한두 가지 증세가 나타난다.

홍 교수는 “환자에 따라 전혀 증세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신장암을 ‘소리 없는 암’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40대 이후라면 가급적 매년 신장 초음파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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