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번 스윙해도 될까 말까… 오피스텔 받는 행운도

김정훈 기자

입력 2021-02-26 03:00 수정 2021-02-26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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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에 걸린 이색 상품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의 간판스타 김태훈(36)은 최근 ‘제네시스맨’이라는 새 별명을 얻었다. 지난 넉 달 사이에 부상으로만 제네시스 차량 세 대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세 번째가 최고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팰리세이즈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생애 첫 PGA투어 무대에 선 김태훈은 이 대회 컷 탈락하며 상금을 전혀 못 받았지만 홀인원 부상으로 7700만 원 상당의 제네시스 G80 차량을 받았다.

프로 선수의 홀인원 확률은 약 3000분의 1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 골프장의 파3홀이 4개인 점을 감안해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선수가 750개 대회에서 한 번꼴로 홀인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파3홀에 홀인원 상품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홀인원과 함께 홀인원 부상을 함께 차지하는 건 더욱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는 48개의 홀인원 상품이 걸려 있었는데 이 중 주인을 찾은 것은 11개밖에 없었다.

홀인원 상품은 주최자나 스폰서, 지역 등에 따라 다양하다. 그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자동차다. 지난해 KLPGA투어에 걸린 홀인원 상품 중 절반 가까이에 해당하는 23개가 자동차였다. 하지만 자동차라 해도 모두 같은 자동차는 아니다. 기아차의 셀토스나 쏘렌토, K5 등 중소형 차량부터 6000만 원 상당의 기아차 K9까지 다양하다. 1억 원을 훌쩍 넘어가는 마세라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BMW 5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최고가 차량이 부상으로 걸리기도 한다. 골프채와 침대, 시계, 목걸이 등도 부상으로 자주 걸리는 품목들이다.

이색 홀인원 상품은 대회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지난 시즌 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에는 대우 이안 오피스텔이 부상으로 걸렸다. 이 홀에서 홀인원을 한 선수는 오피스텔 한 채를 받을 수 있었다. 홀인원에 성공한 선수가 없어 아쉽게도 주인을 찾진 못했지만 집값 상승으로 인해 집 한 채 구하기 어려운 시대에 색다른 의미를 가진 상품이었다.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 홀인원 상품으로 걸렸던 에어부산 1년 무제한 항공권도 골프선수들의 관심을 끌었다. 동반자 1인까지 국내외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항공권이었기 때문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국내외 여러 지역으로 경기나 훈련을 다니는 골프선수들이 이 상품에 특히 욕심을 많이 냈다”고 전했다. 이 상품 역시 주인공이 탄생하지는 않았다. 이 외에 1캐럿 이상의 다이아몬드나 와인셀러 등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홀인원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상품을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홀인원 상품은 해당 홀에 단 1개만 걸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맨 먼저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에게만 부상이 주어진다. 지난해 KLPGA투어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는 김초희가 17번홀 홀인원으로 6000만 원 상당의 기아차 K9을 부상으로 받았다. 3라운드에서 유해란과 4라운드에서 김리안이 같은 홀에서 홀인원을 했지만 상품을 먼저 받아간 김초희 탓에 빈손으로 홀아웃을 해야 했다. 또 모든 파3홀에 상품이 걸려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홀인원을 해도 고가 상품 대신 꽃다발이나 200만 원 등 소정의 상품을 받는 경우도 있다.

1978년 국내에 처음 여성 프로가 탄생한 뒤 지난해 말까지 KLPGA투어에서 나온 홀인원은 300개였다. 1호 주인공은 한명현이 1980년 부산오픈에서 기록했는데 당시 부상은 현금 50만 원이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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