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의 보디가드’ 박태순 대표 “부상 막으려면 기본 지켜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기자

입력 2020-05-23 14:00 수정 2021-01-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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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순 대표는 “운동 마니아들이 잘 다치는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준비운동와 정리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0세 시대, 운동을 오랫동안 즐기려면 부상방지를 위한 노력도 중요합니다.”

부상방지 및 재활트레이닝 전문가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47)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와 운동을 즐기지만 꼭 해야 할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본이 문제다.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끝난 뒤 정리운동(쿨링다운)을 잘 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본운동(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등)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예비운동(Formal Activity)이라고 한다. 몸이 본운동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본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가벼운 캐치볼과 수비연습, 배팅 등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가볍게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과정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조깅을 하면 된다.
박태순 대표는 운동을 하면서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주 쓰는 근육 부위를 조화롭게 발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순 대표 제공.

예비운동의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본운동에 최적화되도록 체온과 혈류량을 높여준다. 둘째, 본운동에 필요한, 본운동과 연결되는 협응동작의 기초를 제공하며 본운동을 할 때 대사작용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준다. 글로벌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러닝팀의 재활트레이너로도 활약하고 있는 그는 “스트레칭만 하고 훈련할 때보다 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예비운동까지 했을 때 낙오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조도 하지 않고 바로 달린다. 운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칭과 체조 충분히 하고 조깅으로 몸을 충분히 덥힌 뒤 본격적으로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리운동은 최대심박수의 40~50%로 하면 된다. 본운동이 끝난 뒤 30분 정도 가볍게 뛰어주면 된다. 피로물질 젖산이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합성이 빠르게 해 줘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등 체조를 해주면 된다”고 했다.

코어(Core) 근육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코어 근육은 인체의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이다. 일반적으로 등, 복부, 엉덩이, 골반 근육을 말한다. 그는 “코어 근육을 키우면 몸에 균형이 잡힌다. 코어가 잘 발달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달리는 폼이 완전히 다르다. 코어가 부실한 사람은 밸런스가 깨져 엉성하게 달린다. 부상도 많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기구 스포츠의 경우 카운터 스윙(반대쪽 스윙)으로 몸의 밸런스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골프와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야구 등 한쪽을 주로 쓰는 운동의 경우 반대로도 스윙하는 훈련을 해야 몸의 밸런스가 깨지지 않고 부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 최고의 한국 여자골프선수들은 카운터 스윙뿐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밸런스 훈련을 매일 하고 있다.

박 대표는 전문가 활용도 강조했다.

“운동을 오래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모르는 잘못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프면 의사와 약사를 찾는데 운동할 땐 안 물어보고 한다. 그러니 잘못된 동작으로 결국 부상을 당한다. 운동도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박태순 대표는 대한민국 대표 발레 무용수들이 다치지 않게 훈련시키고, 수술을 요하는 부상을 당했을 때 ‘가속화 재활’로 재활 기간을 단축해 주고 있다. 박 대표가 재활기구 위에서 훈련하는 한 학생 발레리나의 자세를 잡아주고 있다. 박태순 대표 제공.
박 대표는 대한민국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보디가드’로 불린다. 영화 보디가드처럼 다른 사람들로부터 신변 안전을 책임지는 게 아니라 가장 중요한 몸을 소중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미리 다양한 훈련으로 부상을 방지해주고, 다쳤거나 심한 부상으로 수술 했을 경우엔 빠른 재활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간을 단축해준다. 국내 내로라하는 무용수는 다 그의 손을 거쳐 갔다. 박슬기(국립발레단) 김지영(경희대 교수) 김주원(성신여대 교수) 김현웅(한국예술종합학교) 김기민(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2000년대 초반 한 스포츠클리닉에서 물리치료사로 일할 때였다. 메이저리그 등 유명 스포츠 스타들이 왔는데 그 때 따라온 여자 친구나 부인들 중에서 발레리나가 있었다. 그런데 아름답게 몸으로 표현해야 할 그들에게 유독 부상이 많았다. 그래서 그들의 움직임을 유심히 관찰했다. 그런데 엄청나게 몸을 혹사하고 있는데도 그들을 제대로 돌봐주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발레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다.”

2002년 직접 발레 수업도 들었다. 유명 교수로부터 직접 개인레슨을 받기도 했다. 발레를 알아야 잘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클리닉에는 국립발레단 단장은 물론 수석 무용수 등이 많이 왔다. 그런데 병원이다 보니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2006년 독립해 센터를 열고 무용수들을 제대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공연하는 날 무용수들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며 부상의 원인을 파악했다.

“원인은 명확했다. 무용수들은 공연하는 날이면 몸 풀고 리허설하고 실제 공연까지 5, 6시간 계속 움직인다. 그런데 실제 연습할 땐 2,3시간이다. 결국 5,6시간 버틸 수 있는 근지구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근력이 아무리 좋아도 오랜 시간 버티는 근지구력이 없으면 다친다.”

무용수들을 부상에서 해방시켜 주려면 기준이 ‘연습’이 아니라 ‘공연’이 돼야 했다. 그 때부터 그를 찾아오는 무용수들은 6시간 씩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았다.

“축구선수는 90분, 연장까지 120분 버틸 수 있는 체력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무용수들은 최대 6시간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돼야 한다. 그래서 플로어운동(앉아서 하는 운동) 2시간, 스탠딩운동(서서하는 운동) 2시간, 유산소 운동 2시간, 총 6시간 씩 돌려봤다. 그러자 부상이 현저히 줄었다. 처음엔 무용수들이 안하려고 했다. 유산소 운동을 위해 트레드밀을 뛰게 하고 고정식 자전거를 타라고 했더니 몸매 망친다고 꺼려했다. 하지만 이렇게 한 무용수들에게 부상이 없자 잘 따라서 하게 됐다.”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한 박 대표는 재활에 대해 심도 있는 연구를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연세대 보건과학대 재활학과에 입학해 공부했고 고려대 응용과학대학원 스포츠의학과에서 운동처방과 운동치료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국가공인물리치료사(보건복지부)와 생활체육지도자 1급 자격증(문화체육관광부)도 땄다. 미국 올라 그림스비(Ola Grimsby)에서 시행하는 매뉴얼 테라피스트(Manual Therapist·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치료하는 치료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근본적으로 무용수나 운동선수들이 다치는 이유는 근육의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전방 십자 인대가 끊어지는 이유는 대퇴근에 비해 햄스트링의 근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발목을 다치는 이유는 장딴지근육에 비해 정강이근육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밸런스를 맞추는 훈련을 시킨다. 일반적으로 대퇴근과 장딴지 근육은 자주 쓰기 때문에 잘 발달돼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햄스트링과 정강이근육을 키우는 데는 등한시 한다. 그래서 부상이 오는 것이다.”

박태순 대표는 “수술을 해야하는 부상을 당했을 때도 수술하고 동시에 재활에 들어가야 필드로 나갈 시간을 단축한다‘고 강조했다. 박태순 대표 제공.
박 대표는 무용수가 다치면 수술받자마자 재활에 들어간다.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가속화 재활(Accelerated Rehabilitation)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1990년에 일부 학자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무릎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했더니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률이 훨씬 빨랐다.”

박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한 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활을 시작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근육은 2주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사라진다. 4주가 지나면 25%만 남는다. 이런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돼 왔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

“보통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 발목에 깁스를 했다고 치자. 그럼 아픈 부위는 이상이 없다. 다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병상에서도 어떡하든 몸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한다.”

박 대표가 조기에 무대에 복귀시킨 사례가 많다.

“2008년 쯤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김기완이 찾아왔다. 아킬레스건이 완전 파열됐다. 병원에서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깁스 한 상태에서 계속 재활 운동을 시켰다. 접합 수술한 곳은 완전히 접합이 됐을 것이기에 다른 부위 근육은 힘을 줘도 된다. 당초 복귀하려면 12개월에서 최장 24개월은 걸린다고 전망했는데 8개월 만에 무대에 올렸다. 완벽하게 재활하는 데는 더 시간이 걸렸지만 무용을 시작하는 시기를 4개월 이상 앞당긴 것이다.”

영화 ‘기생충’에 참여한 음악 감독 장재일 작곡가도 박 대표가 재활시켰다. 지난해 9월 아킬레스건 파열로 찾아왔고 자기공명촬영(MRI) 결과 70% 이상이 끊어졌다.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했는데 다른 전문의가 ‘이런 경우 수술이 맞지만 수술 안하는 게 회복이 빠르니 운동재활로 가자’고 해 그 때부터 보조기를 달고 트레이닝을 했고 빨리 호전돼 올 2월초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것이다.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노 이재우의 허리디스크도 수술 없이 고쳤다. 박 대표는 “의사가 수술하자고 하며 더 지켜보자고 했을 때 밤중에 센터로 데려와 재활운동을 시켰다. 어차피 수술을 해도 코어운동은 해야 한다. 하루 2회씩 재활운동을 시켰더니 1주일 만에 일어났고 4주 만에 무대에 복귀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초기 재활이 중요하다. 그는 “재활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진다. 빠르면 빠를수록 복귀는 빠르다. 무용수, 프로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빠른 복귀가 곧 돈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술은 의사에게, 재활은 재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의학을 공부했지 운동재활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 재활전문가는 재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 말만 믿다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재활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수술한 뒤 1개월 깁스하고 재활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당길 수 있다.”
박태순 대표는 매뉴얼(Manual) 훈련으로 근육을 강화시킨다. 매뉴얼 세러피스트(Manual Therapist·맨손으로 직접 만지며 하는 치료) 자격을 획득한 그는 “근력 운동을 할 때 저항을 손이나 몸으로 직접 해야 근력에 제대로 발달한다”고 말했다. 박태순 대표 제공.

박 대표는 매뉴얼(Manual)로 훈련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근력 운동을 할 때 저항을 손이나 몸으로 직접 하는 것이다.

“튜빙밴드와 테라밴드 등 기구를 사용할 경우 제대로 된 힘을 내지 못한다. 헬스기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레그 익스텐션(다리 구부린 상태에서 펴기)을 할 때 처음과 마지막엔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손으로 잡아당기면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줘야 한다. 이렇게 하면 기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3배 더 효과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근섬유가 동원되게 해야 근육이 균형 있게 발달한다. 솔직히 재활환자들의 경우 기구에서 하라고 하면 슬렁슬렁 하거나 안 한다. 내 손이 닿으면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 매뉴얼로 하는 이유는 부상 예방을 위해서다. 그는 “다칠 때는 대부분 동작의 마지막에 다친다. 공을 던지거나 찰 때 공이 손끝에서 나가거나 발끝에 닿을 때 다친다. 그 순간 근섬유 동원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평소 매뉴얼 훈련으로 마지막 순간에도 힘을 줄 수 있게 하면 부상률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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