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체계 변경… 소상공인들 “두배로 올라 부담” 반발

곽도영 기자

입력 2020-04-06 03:00 수정 2020-04-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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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의 6.4%’ 정률제 논란… 영세업소 몇만 원 단위로 줄지만
대형점포는 수백만 원까지 늘어나… 전체 수수료는 확대될 가능성
정치권 “수수료 절감 적극 검토해야”… 총선 앞 민생화두로 떠오를 조짐



#1. 프랜차이즈 업소인 서울 ○○동 A떡볶이는 월 배달 매출이 3000만 원이다. ○○동 배달의민족 이용자들의 ‘분식’ 화면에 점포를 한 번 띄우는 데는 8만8000원이 든다. A떡볶이는 점포마다 이 8만8000원짜리 상품을 10개씩 사서 각 동네 분식 창을 도배하고 주문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그래도 한 달 총비용은 88만 원, 매출의 2.9%였다. 하지만 이제 1일부터 바뀐 정책으로 점포당 상호 하나만 노출되는데 매출의 6.4%를 내야 한다.

#2. 같은 동네 B떡볶이는 월 배달 매출이 300만 원인 영세 업소다. 8만8000원짜리 배민 상품을 세 개 사서 월 26만4000원을 내긴 했지만 ○○동 분식 창에서 A떡볶이 상호 10개에 밀려 내려가 눈에 띄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제 배달 매출의 6.4%인 19만2000원만 내고 A떡볶이와 같은 선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배신의 민족’ 논란이 연일 뜨겁다. 국내 1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 1일부터 자영업자들에게 받는 앱 수수료 체계를 정액제(노출 건당 8만8000원·부가세 포함)에서 정률제(매출의 6.4%·부가세 포함)로 바꾸면서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데 배민 수수료가 두 배로 뛰었다”는 자영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수수료 정책에 따른 반응은 엇갈린다. 직접 방문 고객보다 배달 손님 비중이 높고, 월 배달 매출이 수천만 원 선인 A떡볶이 같은 업소들은 이번 변경으로 당장 나가는 수수료가 두 배, 세 배로 늘었다. 8만8000원짜리 정액제 상품은 업소당 평균 세 개를 사는 게 보통이고 수십 개를 산다고 해도 나가는 비용이 정해져 있지만 정률제 아래서는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번 정책에 대해 3일 논평을 내고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반면 B떡볶이와 같이 월 배달 매출이 300만 원대 이하인 영세 업소들은 매출의 6.4%를 낸다고 해도 이전에 평균적으로 부담하던 8만8000원짜리 정액제 상품 3개 비용에 비해 내는 돈이 줄어든다. 또 A떡볶이 같은 대형 업체들의 ‘화면 도배’가 없어지므로 장사엔 유리해질 수 있다. 실제로 수수료 체계 변경 다음 날인 2일 네이버 자영업 카페에는 “최고 매출 경신했습니다. 저 같은 개인 점포는 이득일 것 같네요”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문제는 영세 업소들의 배민 수수료가 몇만 원 단위로 줄어들 때 대형 점포가 내는 수수료는 수십만, 수백만 원 단위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이 새 정책을 발표하며 밝혔던, ‘이번 정책으로 이득을 보는 52.8%의 업소’는 업소의 개수로 따진 비중일 뿐 매출액 기준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결국 배민이 가져가는 전체 수수료는 정률제 체계에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독일계 기업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민 인수에 따른 수순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4·15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자영업자 생업과 직결된 배민 수수료가 ‘타다’ 논란에 이어 민생 화두로 떠오르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정부는 배달 앱 수수료 절감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데 이어 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배민을 겨냥해 “독과점 횡포가 시작되는가 보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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