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대출 창구직원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폭언·욕설 자제 호소

뉴스1

입력 2020-04-03 10:56 수정 2020-04-03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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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북부지원센터에 붙어있는 ‘폭언금지’ 안내문 © 뉴스1

“어려운 소상공인 살리고자 직원들 한명한명 아파서 쓰러지고 약을 달고 살아도 노력해왔습니다. 소상공인들의 폭설과 폭력적인 모습들은 진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원받으러 오시는 소상공인분들의 아들, 딸뻘이며 친구·부모 같은 분들인데…”

소상공인 1000만원 긴급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 직원이 3일 ‘블라인드’ 앱에 올린 익명의 글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를 돕기 위한 긴급대출에 소상공인들이 몰려 업무가 지연되자 애꿎은 현장 직원들에게 화풀이 하는 이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소진공은 현재 소상공인들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서류를 대폭 간소화해 대출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수혜자들은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대출 담당 직원들은 필수 서류를 챙겨야 해 업무가 줄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한 건당 직접대출은 1시간, 간접대출도 15분은 소요될 수밖에 없지만 민원인들은 더 빠른 업무처리만 요구하며 곳곳에서 소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대출에서 제도권 금융은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해 7~10등급 저신용자에게 최초로 문호를 개방했다. 1000만원 긴급경영안정자금 대출은 회수 가능성이 불분명한 만큼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금융조치다. 그러나 일부 소상공인들은 ‘맡겨둔 돈’을 찾아가는 듯 고압적 태도로 현장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려 경찰까지 출동하는 일이 늘고 있다.

소진공 직원은 “제일 슬펐던건 소상공인분께서 우리 직원에게 욕하고 성희롱적인 이야기를 해서 도와주러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데서 또 그런 상황이 나온다”며 “그 상황을 도와주러 직원들이 가면 그 직원을 돕는 잠깐이라도 업무 공백이 생겨 ‘내가 더 기다리지 않냐’는 다른 소상공인의 고함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생하는 우리 직원들,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직원들끼리도 서로 위험하면 본인도 떨리지만 도와주려는 모습”이라면서 “내가 여기서 세상을 끝내면 그럼 그때 직원들의 아픔을 알아줄까 생각했다”고 절박함을 토로했다. 그는 “제발 우리 직원들을 지켜주세요”라며 글을 맺었다.

소진공 직원의 이같은 애로 호소에 은행·금융권에 종사하는 이들은 공감을 표하며 그를 위로했다.

A씨는 “업무도 힘든데 민원인들 폭언폭설에 점심 먹으러 갈때도 민원인들 눈치보면서 가야된다”며 “아무리 나라가 어렵고 소상공인이 어려운 시국이라지만 소진공 직원들도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B씨는 “이 참에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창구에서 폭언하거나 고성, 고압적인 태도로 업무에 협조하지 않으면 업무를 즉시 종료하고 형사처벌 되는 법이 생기면 좋겠다”며 “인간다운 사람에게만 인간답게 대접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공감을 나타냈다.

소진공 다른 한 직원은 “소상공인의 생계도 생계지만 저와 제 주변 동료들의 인권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라며 “이곳 직원이기 이전에 누군가의 자식이고, 부모이고, 친구인데 그냥 살아숨쉬는 샌드백이 된 느낌이 자꾸만 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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