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식음료업계 “비용 줄이고 新사업 찾아야 산다”

뉴스1

입력 2020-04-03 10:24 수정 2020-04-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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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장의 늪’에 빠진 식음료업계가 앞다퉈 실적 개선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방점은 ‘사업 다각화’와 ‘비용 절감’에 찍혀있다.

식음료업계는 가정간편식(HMR) 및 배달시장 활성화, 경기 불황,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코로나19 등 ‘다중 악재’에 직면하면서 생존하려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新)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매일유업·롯데칠성음료 ‘상품 중개업’ 나선다…“자사몰 강화”

3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매일유업은 지난달 27일 열린 ‘제3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을 개정, 사업 목적에 ‘상품 중개업’을 추가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이날 ‘제53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정관에 ‘상품 종합 중개업’을 끼워 넣었다.

상품중개업이란 판매자가 상품을 구입하지 않고 거래처에서 소비자에게 보내도록 해 거래처 또는 소비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영업을 말한다. 옥션이나 G마켓과 같은 오픈마켓이 대표 사례다.

매일유업과 롯데칠성이 동시에 ‘상품 중개업’을 시작하는 것은 ‘온라인 강화’와 ‘브랜드 경쟁력 제고’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소비자를 잡으려면 자체 온라인몰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자사몰에서 타사 상품까지 종합적으로 판매할 경우 그만큼 찾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회원수와 매출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도 있다.

실제로 KGC인삼공사가 운영하는 ‘정몰’은 자사몰을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전환해 성공한 대표 사례다. 인삼공사는 초창기 정몰을 홍삼 브랜드 ‘정관장’ 상품으로만 구성해 운영하다 지난 2017년 개방형 온라인쇼핑몰로 탈바꿈했다.

현재 정몰에서 판매되는 상품 중 93%는 타사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헬스뷰티(H&B)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거듭났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현재 정몰에서 판매하는 타사 상품은 약 7000여종”이라며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헬스푸드, 화장품, 반려동물 먹거리 등 선택 폭이 넓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F&B가 운영하는 ‘동원몰’도 전체 거래량의 약 30%를 타사 상품이 책임지고 있다. 동원 관계자는 “상품 중개업을 통해 개방형 자사몰을 운영하면 매출에도 도움이 되지만 ‘브랜드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자사몰 상품군이 풍성해지기 때문에 트래픽과 회원을 동시에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유업과 롯데칠성음료도 자사몰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우선 칠성사이다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굿즈를 판매하는 수준으로 상품 중개업을 시작했다”며 “향후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아직 ‘상품 중개업’을 어떤 사업에 활용할 것인지 가시적인 계획은 세워지지 않았다”면서도 “정관이 개정된 만큼 순차적으로 사업 검토에 나설 것”이라고 귀띔했다.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강화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현대그린푸드는 최근 833억원을 들여 설립한 첫 식품제조시설 ‘스마트 푸드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기존 단체급식사업과 식자재 유통사업을 넘어 간편식·밀키트 중심 B2B 제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생산 가능 품목을 1200여종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식품 제조기업으로서의 새 입지를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SPC삼립 “구조조정 불가피”…CJ푸드빌 ‘긴축경영’ 선언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은 일제히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적자사업을 정리하거나 외주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다. 일부 기업은 임원급 급여를 자진 반납하는 극약 처방까지 냈다.

SPC삼립의 새 사령탑에 오른 황종현 대표이사는 지난달 27일 취임 일성으로 ‘구조조정’과 ‘신규사업 확장’을 선언했다.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적자 사업을 과감히 쳐내고 B2B(기업 간 거래), 신선편의식품 등 시장성이 큰 사업을 키워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SPC삼립은 지난해 매출 2조49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6% 성장했다. 하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2%, 57%씩 후퇴했다.

황 대표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내실을 강화할 것”이라며 “특히 적자사업 구조조정 및 손익개선 TF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이사는 지난달 31일 임원진 급여를 일부 반납하고 투자를 중단하는 고강도 ‘자구안’을 사내에 공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증발하면서 ‘위기경영’을 택했다.

이에 따라 CJ푸드빌 임원과 조직장은 급여의 일부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안전·위생을 위해 필요한 금액을 제외하고는 투자도 전면 중단한다. 가맹점 상생 강화 차원에 지급한 지원금 역시 법정 기준에 맞춘다. 신규 출점 역시 당분간 중지하고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순차적으로 정리할 예정이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회사 모든 사업 부문에 적신호가 켜져 생존을 위한 자구안 시행이 불가피하다”며 “위기를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도 외주를 줄이고 생산부터 유통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내재화하는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를 위해 정관에 Δ산업용 농·축산물 및 동·식물 도매업 Δ곡물 가공품,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 Δ산업용 기계 및 장비 도매업 Δ작물재배업 Δ전시 및 행사 대행업 Δ과학기술 서비스업 등 8가지 사업을 추가했다.

예컨대 기존 단체급식이나 식자재 사업부문의 경우 원물인 곡물까지 직접 생산해 유통비용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외주를 줬던 연구개발(R&D) 일부 항목도 내재화할 예정이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이번 정관 개정의 방점은 ‘기존 사업 효율성 제고’에 찍혀있다”며 “기존에 외주를 줬던 사업을 줄이고 유통과정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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