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회사채 안정 위해 증권-보험사에 직접 대출 검토”

장윤정 기자 , 김자현 기자 , 이건혁 기자

입력 2020-04-03 03:00 수정 2020-04-03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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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기업 신용하락땐 이자비용 눈덩이… 투기등급 떨어지면 투매사태 우려
3월 은행대출 20조 늘어 역대 최대… 회사채 막힌 대기업 2조→8조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무더기 강등이라니…. 이달부터 채권시장에 ‘두 번째 태풍’이 불어올 수 있습니다.”(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신용평가사들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본격적으로 평가하는 2분기(4∼6월)에 접어들면서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에 따른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 등 금융사들도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 한국은행이 비은행 금융회사에 직접 대출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2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올해 들어 2일 현재까지 OCI, 이마트,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등 총 17개 기업(중복 제외)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거나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문제는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보통 결산이 끝난 뒤 4∼6월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정기평가 시즌이다. ‘부정적 전망’ 또는 ‘하향 검토’ 대상 업체들의 강등이 줄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만큼 글로벌 신평사들의 신용등급 강등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회사채 금리가 뛰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1년에 수십억 원씩 올라간다. 간신히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BBB등급 기업들은 자칫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적 악화에 신용등급 강등 불안감까지 겹치면서 채권시장은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일 무보증 3년 AA― 회사채 금리는 2.093%로 거래를 마쳐 한은이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0.75%로 인하한 직후인 지난달 17일(1.740%)에 비해 오히려 급등(채권가격 하락)한 상태다.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이 단기 자금인 기업어음(CP) 시장을 찾으면서 CP금리도 뛰고 있다. 2일 CP금리는 12거래일째 오른 2.23%에 거래를 마쳐 2015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은 은행에도 손을 벌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3월 원화대출 잔액은 1170조7335억 원으로 전달보다 19조8688억 원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5년 9월 이후 월 기준 최대 증가 폭이다. 통상 한 달에 2조 원 정도 증가했던 대기업 대출은 지난달에만 8조949억 원 늘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원투수’로 관심을 모았던 정부 지원 프로그램은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다. 2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매입 조건을 놓고 이견이 발생해 당초 예고했던 2일에 자금 집행을 시작하지 못했다.

신용경색 불안감이 커지자 이주열 한은 총재는 2일 간부회의에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회사채 시장 안정을 위해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 대출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은은 은행만을 통로로 해 적격담보를 제공받은 뒤 대출을 해주는 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는데 대출 통로를 증권사, 보험사 등 다른 금융사로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자현·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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