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풀-꽃은 모두 약차… 잡초도 독소 없애고 마시면 생명초”
남양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0-02-24 03:00 수정 2020-02-24 03:00
‘힐링 약차’ 책 펴낸 선엽 스님
“차도 제각기 알맞은 계절이 있어서 봄에는 잎차, 여름엔 꽃차, 가을엔 열매차, 겨울엔 뿌리차 등 제철 약차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마음서재·사진)의 일부다. 20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티 카페 ‘마음정원’에서 선엽 스님(48)을 만났다. 2010년 스님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문을 열었다.
“병원 호스피스로 일하면서 다실을 통해 차와 명상을 알렸어요.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통증과 마비 증상이 극심해 모든 일을 접었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쁜 결심까지 했습니다.”
선엽 스님은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마지막으로 부처님 앞에 차 한 잔을 올렸는데, 그 차 한 잔에서 삶의 의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생사(生死)를 뛰어넘기 위해 출가했는데 육신의 고통에 무너졌으니 마음공부를 허투루 했다는 반성도 일었다. 남양주에 정착한 뒤 전국의 산을 올랐다.
“이 산 저 산으로 죽을 만큼 몸을 끌고 다녔어요. 그런데 평소 관심이 없던 발 앞의 풀들이 자꾸 눈에 보여요. 여기, 북한강 앞에도 산야초가 많고요. 좋다는 풀과 꽃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서 몸이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차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약차(藥茶)’ 연구였다.
대학 졸업 뒤 직장에 다니던 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면서 2003년 출가했다.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가는 길을 모르고 간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두려워 출가를 결심했죠. 그런데 어릴 때부터 약한 데다 협심증 증세가 심해 절집 생활이 힘들었어요. 참선하다, 병원에서 활동하다 정신을 잃어 중환자실에 몇 차례 실려 갔어요.”
어려울 때마다 스님 삶의 등불이 되어준 게 바로 차였다. 스님과 가까워진 이들이 종종 법명 중 한자가 ‘잎사귀 엽(葉)’이냐고 묻는다.
“부처님 말씀을 잘 공부해 그 광명을 세상에 불과 빛으로 나타내고 싶어 참선 선(禪), 이글거릴 엽((녑,엽))으로 정했죠(웃음). 행자 생활이 힘들어도 찻상 앞에 앉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스님은 우리 풀과 꽃을 연구하면서 200여 종의 차를 개발했다. 책에는 몸에 좋은 82가지 약차의 특징과 효능,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알려진 것도 있지만 환삼덩굴차, 능소화차 같은 생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잡초도 적절한 차 만들기를 통해 독소를 제거하고 체질에 맞게 먹는다면 생명초(生命草)가 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환삼덩굴은 가시만 있고 쓸모는 없다고 해요. 닿기만 해도 피가 나서 며느리 괴롭히는 털로 불려요. 차로 만들면 노란 빛깔에 구수한 맛이 나는데 기침과 폐렴에 좋습니다. 능소화는 여성의 분향 같은 냄새가 강한데 항균 작용이 있어요.”
스님이 만든 약차와 한방차는 2017년 중국중앙(CC)TV에서 웰빙 식품으로 소개됐다. 2019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고려불화 재현전에 초대돼 차 문화를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차의 대중화가 스님의 목표다. 향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약차를 알릴 수 있는 카페도 열 계획이다.
“전통차 하면 녹차를 많이 떠올리지만 우리 자연의 모든 풀과 꽃을 효능이 좋은 약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차도 ‘K카페’로 한류의 한 부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해요. 제게는 차가 생명이고 수행입니다.”
남양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차도 제각기 알맞은 계절이 있어서 봄에는 잎차, 여름엔 꽃차, 가을엔 열매차, 겨울엔 뿌리차 등 제철 약차를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선엽 스님의 힐링 약차’(마음서재·사진)의 일부다. 20일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의 티 카페 ‘마음정원’에서 선엽 스님(48)을 만났다. 2010년 스님이 이곳에 정착하면서 문을 열었다.
“병원 호스피스로 일하면서 다실을 통해 차와 명상을 알렸어요. 그런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통증과 마비 증상이 극심해 모든 일을 접었고,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쁜 결심까지 했습니다.”
선엽 스님은 전남 영암 월출산에서 마지막으로 부처님 앞에 차 한 잔을 올렸는데, 그 차 한 잔에서 삶의 의지를 발견했다고 한다. 생사(生死)를 뛰어넘기 위해 출가했는데 육신의 고통에 무너졌으니 마음공부를 허투루 했다는 반성도 일었다. 남양주에 정착한 뒤 전국의 산을 올랐다.
“이 산 저 산으로 죽을 만큼 몸을 끌고 다녔어요. 그런데 평소 관심이 없던 발 앞의 풀들이 자꾸 눈에 보여요. 여기, 북한강 앞에도 산야초가 많고요. 좋다는 풀과 꽃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서 몸이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자 차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했는데 경험을 토대로 한 ‘약차(藥茶)’ 연구였다.
대학 졸업 뒤 직장에 다니던 그는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겪으면서 2003년 출가했다.
“태어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 가는 길을 모르고 간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두려워 출가를 결심했죠. 그런데 어릴 때부터 약한 데다 협심증 증세가 심해 절집 생활이 힘들었어요. 참선하다, 병원에서 활동하다 정신을 잃어 중환자실에 몇 차례 실려 갔어요.”
어려울 때마다 스님 삶의 등불이 되어준 게 바로 차였다. 스님과 가까워진 이들이 종종 법명 중 한자가 ‘잎사귀 엽(葉)’이냐고 묻는다.
“부처님 말씀을 잘 공부해 그 광명을 세상에 불과 빛으로 나타내고 싶어 참선 선(禪), 이글거릴 엽((녑,엽))으로 정했죠(웃음). 행자 생활이 힘들어도 찻상 앞에 앉으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스님은 우리 풀과 꽃을 연구하면서 200여 종의 차를 개발했다. 책에는 몸에 좋은 82가지 약차의 특징과 효능, 만드는 법이 실려 있다. 알려진 것도 있지만 환삼덩굴차, 능소화차 같은 생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산과 들에서 흔히 보는 잡초도 적절한 차 만들기를 통해 독소를 제거하고 체질에 맞게 먹는다면 생명초(生命草)가 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말이다.
“환삼덩굴은 가시만 있고 쓸모는 없다고 해요. 닿기만 해도 피가 나서 며느리 괴롭히는 털로 불려요. 차로 만들면 노란 빛깔에 구수한 맛이 나는데 기침과 폐렴에 좋습니다. 능소화는 여성의 분향 같은 냄새가 강한데 항균 작용이 있어요.”
스님이 만든 약차와 한방차는 2017년 중국중앙(CC)TV에서 웰빙 식품으로 소개됐다. 2019년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고려불화 재현전에 초대돼 차 문화를 퍼포먼스로 선보였다.
차의 대중화가 스님의 목표다. 향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약차를 알릴 수 있는 카페도 열 계획이다.
“전통차 하면 녹차를 많이 떠올리지만 우리 자연의 모든 풀과 꽃을 효능이 좋은 약차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 전통차도 ‘K카페’로 한류의 한 부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해요. 제게는 차가 생명이고 수행입니다.”
남양주=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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