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철수… 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탄력

김도형 기자 , 서형석 기자

입력 2020-01-23 03:00 수정 2020-01-2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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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엘리엇 요구안 잇달아 부결… ‘영향력 행사 쉽지 않다’ 판단한 듯
재계 “현대-기아차 실적 개선돼 미래사업 투자 등 본격화 전망”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보유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식을 매각하면서 그룹의 최대 과제인 지배구조 개편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엘리엇은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의 현대차(2.9%) 현대모비스(2.6%) 기아차(2.1%) 주식을 모두 매각했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식을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며 현대모비스의 인적분할과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그해 5월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의 계획은 지배구조 개선에 미흡하다”며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과 두 회사의 자사주 전량 소각, 순이익의 40∼50% 수준으로 배당금을 높일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까지 엘리엇에 동조하자 현대차그룹은 결국 주주총회를 포기하고 물러섰다.

이후에도 엘리엇은 주주가치를 높이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엘리엇이 요구한 8조30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과 엘리엇 측 인사의 사외이사 선임 요구안은 모두 부결됐다.

IB업계와 재계에서는 엘리엇이 향후 현대차그룹의 배당정책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철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지난해 9만 원대까지 떨어진 현대차의 주가가 일부 회복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미래사업 투자에 나서고 현대·기아차의 실적도 개선되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도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던 점을 감안하면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을 흔들어서 얻어낼 수 있는 게 없을 것으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엘리엇 철수를 계기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순환출자 구조를 끊고 지배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상황을 파고들었던 엘리엇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마련해 실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기존에 내놓았던 방안을 바탕으로 다양한 방식의 수정된 지배구조 개편안을 구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도형 dodo@donga.com·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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