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상태 좋은 생태탕… 살점은 보들보들, 국물은 시원달큰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입력 2020-01-23 03:00 수정 2020-01-23 03:00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 생태탕 노포(老鋪)에 들렀다. 30년간 생태탕 하나만 고집하는 곳. 최근에는 돼지갈비가 추가되긴 했지만 식당에 들어온 사람들은 “생태탕요!” 하며 돌림노래 부르듯 주문했다. 뚜껑이 얌전히 닫힌 냄비가 테이블로 올라왔다. 탕이 보글보글 끓었고 뚜껑을 열자 생태 한 마리가 직관적으로 보였다.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생태를 토막 내어 끓이거나 잘라 팔지 않기 때문이다. 국물에는 생태의 머리, 살점, 뼈, 꼬리에서 나온 감칠맛이 온전히 녹아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위장을 적시는 시원한 국물이 나올 수 있다.
생태탕 조리법은 지리와 매운탕 중간쯤이다. 봉숭아물 들인 듯 빨간색이 감도는데 결코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탕에 들어간 재료는 생태와 함께 무와 대파, 약간의 두부가 전부였다. 생태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탕의 중심이다. 이 집은 생태를 오랫동안 묵히지 않았다. 동태를 끓여 생태탕으로 파는 집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그런 곳에서 생태탕을 처음 접하고 ‘이게 뭐 별거냐’ 하는 지인들을 나는 이곳으로 잡아끌곤 했다.
생태탕을 메뉴로 걸어둔 식당은 많지만 정작 물이 좋은 생태를 구하는 곳은 흔치 않다. 대부분 동태를 주방 냉장고에 비상용으로 저장해 두다가 생태가 있으면 팔고, 없으면 동태를 생태로 둔갑시켜 탕을 끓여 낸다. 생태는 냉장고에 묵히면 바로 비린내가 올라온다.
이제 노포의 진가는 여기에서 드러났다. 30년 생태탕을 고집해온 이곳. 언제 들러도 상태 좋은 생태탕을 내어주었다. 두부 송송 썰고 대파와 무를 푹 익혀 국물은 감칠맛이 돌았다.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니 가려운 속을 효자손으로 긁듯이 개운하다. 좋은 생태탕은 생태의 살점이 부드럽게 발려 나온다. 생태 한 마리를 온전히 주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비록 생태는 일본에서, 고니는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지만 국산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최선의 노력이다.
생태탕은 반 정도 조리된 상태로 나온다. 테이블에서 보글보글 끓이면서 우선 고니를 후루룩 떠먹는다. 너무 익으면 국물에 다 녹아 퍼져 버린다. 그 다음엔 생태의 살점을 발라 먹는다. 껍질 부분은 야들야들하고 살점은 담백함 속에서 감칠맛이 올라온다. 충분히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생태의 머리를 발골하듯 발라 먹는다. 젤리처럼 살살 녹는 뼛속의 살들, 특히 생태 눈을 먹으면 한 마리를 다 삼킨 것 같은 쾌감이 돈다. 흰 쌀밥 위에 국물을 얹고 밥알에 스밀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남은 살점과 깍두기 하나를 얹은 후에 조미김으로 싸 먹는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소주 한 잔의 마무리.
이곳은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자리한 ‘한강집생태’. 30년간 사람들은 이곳을 드나들었으며 1980년대 직장 초년생이었던 이들이 이제 어엿한 중역이 되었거나 퇴직한 후 이곳을 다시 찾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생태탕은 겨울에 정말 맛있다는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한강집생태=서울 용산구 백범로 400, 생태매운탕 1만4000원.
생태탕 조리법은 지리와 매운탕 중간쯤이다. 봉숭아물 들인 듯 빨간색이 감도는데 결코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탕에 들어간 재료는 생태와 함께 무와 대파, 약간의 두부가 전부였다. 생태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탕의 중심이다. 이 집은 생태를 오랫동안 묵히지 않았다. 동태를 끓여 생태탕으로 파는 집들이 부지기수인 요즘, 그런 곳에서 생태탕을 처음 접하고 ‘이게 뭐 별거냐’ 하는 지인들을 나는 이곳으로 잡아끌곤 했다.
생태탕을 메뉴로 걸어둔 식당은 많지만 정작 물이 좋은 생태를 구하는 곳은 흔치 않다. 대부분 동태를 주방 냉장고에 비상용으로 저장해 두다가 생태가 있으면 팔고, 없으면 동태를 생태로 둔갑시켜 탕을 끓여 낸다. 생태는 냉장고에 묵히면 바로 비린내가 올라온다.
이제 노포의 진가는 여기에서 드러났다. 30년 생태탕을 고집해온 이곳. 언제 들러도 상태 좋은 생태탕을 내어주었다. 두부 송송 썰고 대파와 무를 푹 익혀 국물은 감칠맛이 돌았다. 고춧가루를 살짝 뿌리니 가려운 속을 효자손으로 긁듯이 개운하다. 좋은 생태탕은 생태의 살점이 부드럽게 발려 나온다. 생태 한 마리를 온전히 주는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비록 생태는 일본에서, 고니는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지만 국산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최선의 노력이다.
생태탕은 반 정도 조리된 상태로 나온다. 테이블에서 보글보글 끓이면서 우선 고니를 후루룩 떠먹는다. 너무 익으면 국물에 다 녹아 퍼져 버린다. 그 다음엔 생태의 살점을 발라 먹는다. 껍질 부분은 야들야들하고 살점은 담백함 속에서 감칠맛이 올라온다. 충분히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이고 생태의 머리를 발골하듯 발라 먹는다. 젤리처럼 살살 녹는 뼛속의 살들, 특히 생태 눈을 먹으면 한 마리를 다 삼킨 것 같은 쾌감이 돈다. 흰 쌀밥 위에 국물을 얹고 밥알에 스밀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남은 살점과 깍두기 하나를 얹은 후에 조미김으로 싸 먹는다. 여기에 화룡점정은 소주 한 잔의 마무리.
이곳은 서울 용산구 삼각지에 자리한 ‘한강집생태’. 30년간 사람들은 이곳을 드나들었으며 1980년대 직장 초년생이었던 이들이 이제 어엿한 중역이 되었거나 퇴직한 후 이곳을 다시 찾았다. 나도 그들과 함께 생태탕은 겨울에 정말 맛있다는 추억을 공유하며 살고 있다.
임선영 음식작가·‘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 한강집생태=서울 용산구 백범로 400, 생태매운탕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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