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배추 포기’ 관심 속 김장을 ‘포기’한 사람도 늘어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입력 2019-12-08 17:51 수정 2019-12-0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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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온라인에서 김장이 들어간 문서를 모아 연관어를 살펴봤다. 사랑, 엄마, 친정이 상위에 올라있다. 사랑이라는 표현이 많은 것은 최근 지역이나 기관에서 ‘사랑의 김장 나누기’ 등의 행사를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친정 엄마가 보내준 김장김치가 부모의 자식사랑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로한 부모님들은 왜 무리하게 김장을 하냐는 자식들의 성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추를 절이고 김치를 담근다. 한국인들이 김치를 찾는 이유는 입맛에 맞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눔, 가족, 이웃 등의 빈도도 높은 편이다. 김장이 가족과 이웃 간 애정을 나누는 의미로 여전히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수육과 보쌈도 제법 많이 출현하고 있다. 갓 만들어진 김장김치에 고기를 얹어 먹는 맛을 기대하고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포기라는 단어도 많이 보이는데, 대부분은 김장을 위한 배추 ‘포기’를 가리키지만, 김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포기’도 만만치 않다. 또 걱정, 허리, 고생, 고민 등 김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확인된다. 이어서 주문, 구매, 택배, 마트, 포장, 배송 등의 단어도 많이 보이는데, 포장김치를 구입해 먹는 최근의 경향을 보여준다.

김치를 구매해 먹는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994년만 하더라도 ‘집에서 주로 먹는 김치’가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직접 담근 것’이라는 응답이 무려 95%였지만 지난해인 2018년에는 64%로 뚝 떨어졌다. 그리고 ‘구입한 것’이라는 응답은 1994년 1%에 불과했지만 2018년 15%로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금 노년의 부모님들은 김장하는 법을 알고 있어서 이를 자녀세대에 전수하면서 김장문화가 유지될 수 있지만, 김장 방식을 모르는 젊은 세대가 부모가 되면 아마도 김장하는 집을 찾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지금도 이미 50대에서는 30, 40대 만큼 김치를 구매해 먹고 있다. 네이버 포탈의 쇼핑분야에서 포기김치를 클릭하는 사람들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가 가장 많고, 이어 30대와 50대가 비슷한 수준으로 높다. 반면 직접 김치를 담그는 60대와 김치 자체에 관심이 낮은 20대에서의 포기김치 클릭량은 낮다. 머지않아 구입해 먹는 김치가 전 세대에 걸쳐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장을 직접 하지 않으려는 젊은 세대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김장 때문에 고부간에 갈등이 깊어진다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또 요즘에는 사시사철 배추를 구할 수 있어 한철 김장을 해야만 했던 옛날과는 환경이 달라지기도 했다.

다만 김장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가족과 마을 공동체가 끈끈한 유대를 확인하고, 완성된 김치를 서로 나누며 우애를 키우던 문화 자체도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닐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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