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연계 파생상품 ‘뿔난 고객들’ 잇따라 소송 채비…은행 ‘긴장’
뉴스1
입력 2019-08-14 17:15 수정 2019-08-14 17:16
© News1 DB
독일과 영국 금리에 연계된 DLS(파생결합증권) 상품과 이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한 DLF(파생결합펀드)가 대규모 손실이 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은행으로부터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본격적으로 소송 채비를 하고 나섰다.
이에 상품을 판매한 시중은행들은 내부적으로 전담팀을 꾸리는 등 대응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송성현 변호사(법무법인 한누리)는 14일 “지난 12일부터 내달 13일까지 DLS·DLF로 손실을 봤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고객을 대상으로 소송 참여 신청을 받는다”며 “전날까지 8명가량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DLS는 주식·주가지수 이외의 기초자산(원유·금·금리·신용 등) 가격 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비상장 증권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는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우리은행),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KEB하나은행)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든 DLS에 투자한 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기초자산이 되는 금리가 약정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되면 3~5% 수익을 내고, 기준치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 폭에 따라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다. 올해 초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를 최소 1회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연준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면서 지난 7월31일(현지시간) 연방기금금리(FFR)를 기존 2.25~2.50%에서 2.00~2.25%로 0.25%p(포인트) 내렸다.
송 변호사는 “고객이 알았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사항을 설명하지 않고 가입을 유도했다면 사기”라며 “국채가 아닌 국채 금리와 연동하는 상품인데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에도 가입을 권한 건 문제”라고 했다.
또 “개별 상품의 금리와 기초자산 등 조건은 다르지만, DLF 자체는 오래전부터 판매된 만큼 직원들이 타성적으로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 고객 상당수가 고령이고 여유자금을 운용하려던 건데 정기예금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이런 위험을 감수했겠나”라고 반문했다.
다만 이 상품들은 일반 개인고객이 아니라 기존 PB(프라이빗 뱅킹) 고객 또는 법인 등을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판매됐고, 최소 투자금액도 1억원 이상이라 졸속 판매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상품 구조가 워낙 복잡하고 투자 고객들이 불완전판매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단정하긴 어렵다.
우리은행의 경우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해당 상품을 1250억원어치 팔았고 만기가 4~6개월로 짧아 다음 달 19일부터 만기가 도래한다. DLS는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기준치인 -0.2% 밑으로 안 내려가면 수익이 4∼5%가 나는 구조로 설계됐다.
반면 금리가 -0.3% 이하로 떨어지면 원금의 20% 손실이 난다. 또 금리가 1%포인트(p) 더 떨어질 때마다 원금의 20%씩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종가 기준)는 지난 3월1일 0.184%에서 하락세를 거듭해 현재 -0.6% 밑으로 떨어졌다. 지금 만기가 돌아온다면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은 이론상 원금의 80% 손실을 보게 된다.
이에 우리은행은 국내영업 부문장이 주도하는 영업지원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문제가 된 파생결합펀드(DLF) 동향을 점검하고, 해당 상품을 판매한 영업점의 고객 응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와 영국 CMS(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에 연동한 DLS에 투자하는 펀드가 문제다. 이 상품은 배리어(barrier) 60% 상품에 가입했다면 만기 때 기초자산의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60% 밑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3∼5% 수익을 받고, 60% 아래로 떨어지면 떨어진 만큼 손실을 보는 구조다. 만기 때 금리가 가입 시 금리의 59%가 됐다면 입게 되는 손실이 41%에 달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말 이후 판매한 DLF가 손실 위험에 있으며, 현재 잔액은 약 3900억원이다. 하나은행에서 판매된 상품의 만기는 1년 또는 1년 6개월로, 일부 상품이 다음 달 말 만기가 돌아온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자산관리(WM)사업단 전무를 총괄로 투자상품부장과 PB사업부장, 실무자 등 10명으로 사후관리지원반을 조직했다.
(서울=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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