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회의 끝~업무 시작!’ 야근은 덤, 돌고 도는 ‘답정너 회의’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입력 2018-02-20 16:39 수정 2018-02-21 11:42
#1.
‘회의 끝~업무 시작!’
야근은 덤, 돌고 도는 ‘답정너 회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는 뜻의 신조어
#2.
10년 전 대한민국 정부의 사무관이 됐다.
모교 정문에 ‘최상우(가명·36)’ 석 자가 적힌 행정고시 합격자 펼침막이 걸렸다.
‘혁신의 아이콘’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비효율적인 공직 사회에도 ‘스마트 워커’가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런 다짐은 반복되는 ‘답정너 회의’를 거치며 백기를 든 지 오래다.
#3.
우리 부서의 회의는 한 주에 세 번.
월요일엔 국장 주재 회의, 수요일은 과장이 회의를 주재한다.
특별히 논의할 게 없어 시답잖은 농담만 하더라도 무조건 열린다.
금요일 회의는 월요일 국장 주재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다.
그야말로 회의를 위한 회의인 셈.
특히 장관이나 국장의 특별 지시가 떨어지면 야근과 주말 근무가 덤으로 얹혀진다.
#4.
‘돌발 회의’가 더 많은 게 문제다.
국무회의나 각 부처 장관들이 모이는 회의 직전에는 그 회의를 준비하기 위한 회의가 시도 때도 없이 열린다.
고위급 회의가 끝나면 결과를 공유하는 회의가 또 소집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회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5.
청사를 세종시로 옮긴 뒤 회의에 대한 생각은 더 ‘회의적’이 됐다.
국장은 종종 서울에서 회의를 소집한다.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해야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나? 샘솟는 건 짜증뿐이다.
서울에서 회의를 하는 날엔 최소 4시간을 길에다 버려야 한다.
‘시간 도둑’ 회의 덕에 그날 하지 못한 업무로 다음 날은 ‘자동 야근’이다.
#6.
[회의]:여럿이 모여 지시(指示)를 받다
회의를 ‘회지(會指)’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을까.
내가 아는 회의는 ‘여럿이 모여 지시(指示)를 받는’거다.
지난주 회의 때도 국장은 의논 없이 각종 지시를 내리꽂았다.
동기 카톡방에 ‘오늘도 답정너 회의했다. 주말 출근 확정’이라고 올리자
‘나도, XX’라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7.
정부는 공무원의 초과근무를 40% 줄이고, 연가 사용을 100%까지 끌어올린다는 ‘근무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코웃음을 쳤다.
회의를 위해 이동하는 시간만 일주일에 8시간이 넘는다. 회의 때문에 주 3회 이상 야근하고, 주말에도 하루는 꼭 출근한다. 초과근무를 줄이기 위한 답은 정해져 있다. 아무도 답을 하지 않을 뿐이다.
#8.
여러분의 ‘무너진 워라밸’을 제보해 주세요.
설문 링크(bit.ly/balance2018)에 직접 접속하거나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연을 남길 수 있습니다.
2018.2.20.(화)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사진 출처l 동아일보DB·Pixabay· FLATICON
기획·제작l 유덕영 기자·김채은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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