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에 늘어나는 살 어쩌나…‘코로나19 시대’ 야외 운동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4-04 14:00 수정 2021-01-23 09:56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로서는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는 말이 요즘처럼 피부로 느끼기는 처음일 것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활짝 펴고 운동을 해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모든 공공체육시설을 막아 놓고 야외운동까지 못하게 막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선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당연히 실시해야 할 조치이긴 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집콕 운동법’을 공개하는 등 야외활동보다는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산이나 공원 등을 찾으면 등산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걷고 달리고 사람들이 넘친다. 그만큼 봄을 맞아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공공시설의 경우 실내는 통제하는 게 맞지만 야외 운동장까지 통제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야외활동을 하면 면역력에 중요한 비타민D도 합성되니 권장해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받아야 합성된다.

‘코로나19 시대’ 야외에서 어떻게 운동하면 좋을까? 해외 사례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법, 그리고 그동안 필자가 써왔던 내용을 종합해 ‘코로나19 시대의 건강한 운동법’을 알아봤다.
고교 영어선생님인 남궁하린 씨는 마라톤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도 즐기는 그는 달릴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남궁하린 씨는 2020년 2월 2일‘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소개했다. 남궁하린 씨 제공

● 밖에서 운동하면 위험?

독일 국영방송 ‘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DW)’는 최근 홈페이지(www.dw.com)에 ‘야외 스포츠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가? 위험한가?’라는 주제의 특집 기사를 게재했다. 결론은 대면 스포츠(축구 농구 등)를 피하고 조심히 운동하면 큰 문제없다는 것이다. DW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제시하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는 주당 150~300분(2시간 30분~5시간) 정도 중간 강도의 유산소운동은 심장질환과 당뇨, 고혈압, 암, 우울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전염병 상황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일 함부르크의 베른하르트 노흐트 열대의학 연구소 요나스 슈미트-샤나지트 교수는 “지금과 같은 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운동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운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만 있는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쓰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베를린 샤리테병원의 크리스티안 드로슈텐 박사는 “코로나19에도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 운동화를 신고 30분에서 1시간 달리는 행동은 정신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운동은 심신(心身)에 긍정적이 효과를 준다는 것이다.

● 운동은 면역을 향상시킨다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운동은 면역력 향상에 큰 효과가 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 상승한다. 인간의 체온은 섭씨 36.5도에서 37도. 38도를 넘으면 항상성이 깨져 우리 몸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운동은 긍정적인 스트레스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을 발생한다. 또 체내 에너지원인 ATP(글루코겐)를 태워 쓰면서 젖산이 생성돼 체내 pH 농도를 떨어뜨린다. 산성화 되는 것이다. 열과 산성화는 우리 근육내 단백질을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HSP)이 합성된다. 몸의 정상세포가 열 스트레스를 받아 그 구조가 변형되면 이를 지키기 위해 세포안에서 스스로 HSP를 발현 시킨다. HSP가 합성되면 계속 이어지는 열 스트레스로부터 몸의 세포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HSP 발현은 1960년대 처음 발견돼 계속 연구되고 있다.

HSP는 피로물질이 나오지 않도록 해 체력 회복을 돕기도 하며 뇌 호르몬으로 통증완화 물질인 엔돌핀이 나오도록 촉진시키기도 한다. 또한 NK(면역)세포라고 하는 림프구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고 항종양 기능을 갖는 체네 인터페론의 합성량을 증가시킨다. 체내 면역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높이면 면역력이 5배는 높아진다고 한다.

조준용 한국체대 생활체육대학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스포츠영양학·운동생화학)는 “운동은 HSP를 발현시키는 등 체내 단백질을 변화시켜 면역력을 높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는 저항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몸에 염증이 생긴다는 것도 단백질 구조가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 HSP가 단백질 구조를 안정화시키기를 반복하면 저항력이 증가해 면역력도 증가하게 된다. 체내 단백질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열과 pH다. 운동으로 체온과 pH를 떨어뜨리면 바로 HSP가 합성돼 항성성을 유지하려는 활동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운동이 HSP을 발현시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다.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 마니아 오세진 작가는 요즘 산을 오르며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다지고 있다. 교통사고로 무너진 몸을 케틀벨로 다시 만든 뒤 마라톤에 빠진 오 작가 스토리는 2018년 11월 10일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으로 소개했다. 요즘은 트레일러닝과 마라톤, 등산을 즐긴다. 오세진 작가 제공

● 운동은 정서적인 안정을 준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쳐내게 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 만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전문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운동으로 극복할 것을 제안한다. 운동은 전염병에 맞설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란 불안에서 벗어나 삶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김병준 교수는 “지금 우리가 코로나19로 느끼는 위험은 객관적인 게 아니다. 대부분의 국민은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나치게 작은 정보에 집착하면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전염병을 예방하는 수칙에 따르며 일상의 루틴(평상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잠시 놓고 좋아하는 운동을 해보자”고 조언했다.
회사원 김정헌 씨는 주말엔 동호회 회원들과 사이클을 탄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타지만 서로 떨어져 타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없다”고 말한다. 김 씨는 동아일보 3월 21일자 21면에 ‘코로나보다 빠르면 돼 나만의 운동으로 이겨내는 사람들’로 소개했다. 김정헌 씨 제공

● 어떻게 운동해야 할까

대부분의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접촉이 없는 운동을 해도 좋다고 권장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운동생리학 박사)은 걷기와 등산,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 비대면 야외 운동을 권장했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운동하는 것은 건강은 물론 기분도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야외 운동을 할 때 조심해야 할 행동은 있다. 첫째, 사람들이 많은 곳은 피해라. 가급적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운동해라. DW는 사람이 없는 새벽에 공원을 달리거나, 한적한 산에서 산약자전거를 타는 게 가장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2m 거리는 유지하거나 마스크를 써라. 셋째, 사람은 물론 기구, 물건을 만지지 마라. 전문가들은 ‘접촉은 피하되 운동은 피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평상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게 행동하듯 운동할 때도 적용하면 된다는 뜻이다.

● 운동은 어떤 강도로 해야 할까

다양한 연구 결과 보통 체온이 섭씨 38.5도 쯤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HSP가 가장 활발하게 발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소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무리한 운동은 금물이라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몸을 너무 혹사하면 오히려 순간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마라톤 선수들의 경우 42.195km 풀코스를 완주한 뒤 질병에 걸릴 위험이 2.2%~1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주 3회 정도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주기적으로 운동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5회까지 해도 된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2~3일에 한번 씩 하는 게 좋다. 송홍선 실장은 “중간 강도(최대 강도의 40~60%)로 운동하는 게 좋다. 등에 땀이 나며 약간 힘들다는 정도의 강도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천천히 달린다면 30~40분, 산책 같이 걷는다면 1시간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송 실장은 “운동 강도가 강하다면 20분 이하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준용 교수는 “강도 높은 운동에서 HSP의 발현이 가장 높지만 적당한 운동에도 발현하며 꾸준히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세포내 소포체기능이 향상되고 HSP 단백질 기능도 향상 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