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여행, 참 쉽죠?

동아경제

입력 2022-07-14 15:45 수정 2023-05-09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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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테슬라 모델 Y)를 인수받은 후 유류비에 대한 부담이 없다 보니 우리는 1년간 16,700km정도 돌아다녔다. 우리 부부에게는 이것도 많은 게 예전에 내연기관차로 돌아다닐 때는 일년에 5,000~6,000km가 고작이었다. 일년간 베키로 돌아다니고 들어간 충전요금은 총 48만원 밖에 되지 않았다(월 4만원).

충전료를 가장 많이 사용한 달은 8만원이었는데(카드사의 충전료 할인 받은 후 최종 금액), 이 달에는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함평을 갔었다. 머무는 숙소에는 전기차 충전 시설이 아예 없었다. 완속충전기가 숙소 근처에 있으면 밤 동안 꽂아 놓으면 되는데, 완속충전기가 있는 면사무소와 숙소간 걸어가는 거리가 제법 있었다. 기껏 빌린 숙소에 아이들만 재우고 충전을 위해 아내만 차박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았다. 게다가 작년 10월전만 해도 테슬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급속충전기 중 하나인 DC콤보를 사용할 수가 없었다. DC콤보를 사용하려면 어댑터가 필요한데 테슬라는 이를 판매하지 않았다. 그리고 함평에서 가장 가까운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는 광주에 있어서 숙소와 거리가 제법 있었다. 왔다갔다하면 기껏 충전한 게 다 빠질 태세였다. 확인해보니 면사무소에 또다른 급속 충전기인 DC차데모가 있어서 결국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사는 지인에게 DC차데모 어댑터를 빌리러 갔다. 가족의 장기 여행을 위한 내가 단기 여행을 한 셈이다. 아내는 DC차데모 어댑터 덕분에 함평, 목포, 신안을 충전 스트레스 없이 잘 돌아다녔다. 감사의 표시로 지인에게 커피 쿠폰을 보내고 DC차데모 어댑터를 돌려주는 건 내 몫이었다.

반면 강원도 여행을 하는 경우,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잘 구비되어 있다. 숙소만 잘 고르면 테슬라 전용 완속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다른 테슬라들이 충전하고 있으면 밤사이에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신 옆에 있는 유료 완속충전기나 근처에 있는 슈퍼차저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함평과 다르게 충전 압박은 덜하다. 평창에서 충전을 해본 후 우리 부부는 평창을 거점으로 삼고 강원도 해변으로 가는 루트를 종종 짰다. 속초, 양양, 강릉에 슈퍼차저가 있긴 하지만 완전 충전(약 510km) 후 해변까지 왕복 250km하고 다음날 서울로 돌아가도 충분한 양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평창 충전 인프라는 좋아졌다(출처: EV라운지)
충전기는 안 보이는 강릉시 어느 야외 주차장


그리고 작년 말 테슬라가 오랜 기다림 끝에 DC콤보 어댑터를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충전 부담은 더 줄었다. 이제는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설치되어 있는 DC콤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단, 휴게소마다 충전기가 몇 개 없기 때문에 보통 충전 중인 전기차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휴게소에서 충전을 하려고 하기 보다는 숙소 부근이나 관광지에 설치된 DC콤보 충전소를 활용하는 것이 심적으로는 편하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여행. 최근 제주도 여행에 부모님을 모시고 가느라 어쩔 수 없이 카니발을 빌려서 전기차를 타 본 아쉬움이 남았다. 제주도에서는 가는 곳마다 전기차가 항상 있었고 심지어 편의점 옆에도 급속 충전기가 있었다. 소프트베리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기 보급률 1위인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의 77%가 동시 충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전기차에게 천국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제주도다.

충전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급속과 완속충전기 보급이 더 상황에 맞게 늘어나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박물관에 급속 충전기만 있으면 충전하는 입장에서 가족과 떨어져서 40분간 혼자 차안에 있거나(이것도 나름 좋겠지만) 1시간 후에 다시 와서 차를 빼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2-3시간 정도 관람을 한다고 가정할 때, 완속충전기도 몇 대 같이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

숨은 그림 찾기: 이 사진에 전기차는 총 몇 대 있을까요?


EV라운지 파트너 베키가족(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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