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해 글로벌 롯데 기틀 마련”

신희철 기자

입력 2020-01-24 03:00 수정 2020-01-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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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당면 과제… 지배구조 개선 위해서도 필요
해외사업 확대해 ‘내수기업’ 탈피… 유통-화학 실적 개선도 가속화
故신격호 유산 1조 25%씩 나눌듯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이후의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주도로 당면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과 유통·화학 부문 실적 개선, 해외 사업 확대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은 2월부터 순차적으로 계열사 사장들을 만나 당면 과제 해결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지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에 필요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해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사장에게는 상장에 필요한 호텔롯데의 기업가치 제고를 강력하게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롯데지주에서 재무혁신팀장·실장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최근 인사에서 호텔·서비스BU장에 선임됐다.

신 회장은 2018년 8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롯데그룹 경영비리 결심 공판에서 “아버지는 ‘경영 자율이 없어진다’는 이유로 상장을 망설였지만, 아버지를 설득해 롯데쇼핑 등 핵심 기업들을 잇달아 상장시켰다”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상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상장 작업과 함께 최근 부진한 유통과 화학 부문의 실적 개선도 강도 높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이커머스를 총괄하는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2017년 8010억 원에서 지난해 5560억 원(에프엔가이드 잠정치)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도 2조9297억 원에서 1조1151억 원으로 감소했다. 신 회장은 ‘2022년 온라인 매출 20조 원’이라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해 둔 상태다. 유통 계열사를 총괄 지휘하게 된 롯데쇼핑 강희태 유통BU장과 지주 경영전략실 출신으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이 된 조영제 전무가 유통 부문의 실적 개선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롯데’를 이루기 위한 해외 사업 확대도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 레이크찰스에 설립한 에틸렌 생산설비(ECC) 이외에 인도네시아 자바섬 인근에서도 대규모 유화 단지를 조성 중이다. 베트남, 인도, 미얀마 등을 중심으로 유통·식품·관광 사업도 확장할 계획이다.

별세한 신 명예회장이 남긴 1조 원가량의 재산은 직계비속으로 등재된 자녀 4명(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회장,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이 25%씩 나눠 갖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수 세무사는 “국내법상 30억 원 이상 상속·증여 시 세율이 50%”라며 “어림잡아 5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내야 하는 만큼 각 자녀들의 몫은 100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사이에 경영권 쟁취 다툼이 있었지만 신 명예회장의 재산이 상속된다고 하더라고 신 회장의 롯데지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은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이 물려받는 재산을 지분 매입 비용으로 투입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주사인 롯데지주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롯데지주 지분을 11.1% 보유한 호텔롯데는 여전히 일본 광윤사와 일본 롯데홀딩스 지배 아래 있다. 광윤사의 지분 ‘50%+1주’를 신동주 전 부회장이 갖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종업원과 임원지주회 등 기타 주주들의 지지를 받아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으로 일본 주주의 지분을 낮출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희철 기자 hc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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