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끼 도시락에 서리 맞으며… 고독한 수행자로 돌아간 스님들

하남=정양환 기자

입력 2019-11-12 03:00 수정 2019-11-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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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속에서 연꽃을 피워내는 수행이 될 것입니다.”

11일 오후 경기 하남시(위례신도시) 대한불교조계종 포교도량 부지. 겨우 오후 2시를 넘긴 시간인데도 햇볕은 벌써 자취를 감춰 냉기가 물씬했다. 하지만 뒤편 산마루에서 한때 군부대 법당의 흔적인 오랜 불상이 내려다보기 때문일까. 1000여 명의 기도 소리가 퍼지며 찬찬히 온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 등 저명한 스님 9명이 참여해 화제를 모은 ‘상월선원(霜月禪院) 동안거 결사’가 이날 오후 3시 입재 법회와 함께 열렸다. 결사에 참여한 자승 전 원장과 성곡 도림 재현 진각 심우 호산 무연 인산 스님은 미소로 객을 맞이하면서도 시종일관 결연한 표정이었다.

대형 임시막사로 지은 상월선원은 서리를 맞으며 달을 벗 삼는다는 뜻. 외부와 접촉을 끊고 묵언수행에 들어가는 스님들에게는 하루 한 끼 도시락을 제공한다. 게다가 특별한 난방도 없이 1인용 텐트와 침낭만 주어진다. 지객(知客) 소임을 맡은 호산 스님은 “최고령 성곡 스님(73세) 등의 건강이 가장 걱정이지만, 9명 모두 함께 육체적 정신적 추위와 배고픔을 이겨내려는 간절함으로 무아(無我)가 되고 하나가 되겠다”고 말했다.

결사에 앞서 거행한 법회에는 조계종 종정인 진제 스님이 법문을 보내왔다. 호산 스님이 대독한 법문을 통해 “상월선원 결사는 생로병사라는 윤회의 흐름에서 벗어나 생사해탈의 대오견성(大悟見性)하기 위한 것”이라며 “종단의 여러 소임을 맡았던 이들이 다시 수행의 고향으로 돌아와 수행자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며 격려했다.

이날 법회에는 불교계 안팎에서 많은 인사가 참석해 결사에 임하는 스님들을 축원했다. 중앙종회의장인 범해 스님과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이 함께했다. 김순례 윤종필 이은재 국회의원과 대한체육회장인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도 참석했다. 불교와 인연이 깊은 소리꾼 장사익 씨는 스님들의 안녕을 비는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하남=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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