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강등에도 “美채권 사자”… 국내 보유 5개월새 53% 급증

홍석호 기자

입력 2025-05-22 03:00 수정 2025-05-22 10:03

|
폰트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국채 금리 올라 저점 타이밍’ 기대
서학개미 美장기채 ETF도 눈독
전문가들 “관세 등 불확실성 여전
환율 등 고려… 자산 배분 필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한동안 이어진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흐름과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국채 금리가 크게 올라 이제 고점(가격 기준으로는 저점)을 형성했다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해외 채권의 경우 환율, 금리, 만기 등이 복합적으로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산 배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9일 기준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채권은 172억5304만 달러(약 23조9247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113억166만 달러)과 비교하면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52.7%나 증가했다.

미국 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667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ETF 중 순매수 3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서학개미’들은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장기채 ETF도 사들이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은 만기가 20년 이상 남은 장기채 ETF(TLT)를 7964만 달러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순매수 순위 8위에 해당한다.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져 서학개미들은 만기 20년 이상 장기채 가격을 3배로 추종하는 ETF(TMF)는 8161만 달러나 순매수했다. 이는 순매수 순위 6위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TLT(―2.04%)와 TMF(―7.44%) 모두 마이너스다.

미 국채 투자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거나, 금리가 낮아져 기존 채권 가격이 오르는 경우 수익을 낼 수 있다. 미 국채, 그중에서도 장기 미 국채 투자가 확대된 것은 금리가 충분히 올랐다고 판단한 투자자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장기채 금리는 최근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지난 달 1일(현지 시간) 4.495%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직후인 4일 4.631%로 치솟았다. 10일 4.875%까지 올랐던 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결정한 뒤 하락했다 급등하기를 반복했다.

여기에 16일 무디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108년 만에 ‘Aaa’에서 ‘Aa1’으로 강등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전문가들은 미 국채 금리의 변동성이 커진 요인은 복합적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미국과 중국이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들자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며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수요가 줄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기준금리를 연속 동결한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여파로 금리 인하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이다.

박주한 삼성증권 채권상품팀장은 “금리와 환율의 향후 전망을 고려했을 때 현 시점이 투자하기 나쁜 상황은 아니지만 관세 등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채권 직접투자, ETF, 만기 등에 따른 영향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