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치우니 尹계엄 ‘데드덕’…“한은 어깨 무거워졌다”

뉴스1

입력 2024-12-13 18:19 수정 2024-12-1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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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늦췄던 가계빚 우려 한풀 꺾이자…‘경기 하방 요인’ 계엄 터져
정부의 적극 경기부양 기대 어려워…금리인하-금융안정 필요성 동시 확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간밤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관련 긴급 거시경제 금융현안 간담회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따른 국정 혼란으로 연말연초 한국은행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를 늦췄던 가계부채 증가세를 어느 정도 해소하니 우리 경기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데드덕’(레임덕보다 심각한 권력 공백 상황) 국면이 덮쳤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 사이클에서 발생한 혼란은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을 11월 전망 당시보다 약 0.04%포인트(p)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가 잠재 성장률에 턱걸이하는 2.2%라는 점을 고려하면 악영향이 작지 않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경계 심리로 인한 환율 상승도 정부와 공동 대응하는 만큼 한은이 우리 경제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11월 국내 은행 가계대출은 한 달 새 1조 9000억 원 늘면서 증가 규모가 지난 3월(-1.7조 원) 이후 8개월 만에 최소로 축소됐다.

가계부채 둔화는 지난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을 비롯한 고강도 대출 규제와 당국의 압박에 따른 은행권 가산금리 인상의 효과로 풀이됐다. 정부와 한은, 당국 간 거시 건전성 정책 공조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가 한결 가신 셈이다.

앞으로도 가계부채 문제는 재부상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전승배 LS증권 연구원은 “9월 이후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은행권의 대출 취급이 제한돼 11월 예금은행 총대출이 10월 대비 0.2% 증가에 그쳤다”며 “내년 이후로는 은행권 가계대출 취급 재개가 예상되지만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대출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면 감독 당국의 대출 억제 조치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전 연구원은 “이 경우 DSR 확대 적용과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조기 시행이 기대된다”며 “내년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4~5%로, 6.5% 내외가 예측되는 올해보다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한은의 통화정책 운용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지난 11월만 해도 거의 사라졌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이달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환율이 치솟고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금융 불안이 우려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특히 한은으로서는 최근 경제 상황이 곤란하게 와닿을 수밖에 없었다.

한은의 양대 책무 중 하나는 물가 안정으로, 이는 직전 3개월 물가 상승률이 연속 1%대를 기록하면서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그다음 책무인 금융 안정의 경우 과거 위기 수준에 해당하는 1430원대 환율 등을 봤을 때 시급히 보완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정치적으로 국민 여론에 부응하는 과정이 진행된다면 과도한 원화 약세를 우려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트럼프 취임 이후 추가 원화 약세로 상반기 환율이 오를 수 있어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며 환율이 1400원 초반으로 안정돼야 내년 환율에 대한 부담은 덜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11월 한은 금통위에서 경기 부양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시점과 맞물렸다는 점이다. 정국 혼란으로 인해 소비 위축과 정부의 경기 부양 역할 축소가 우려되고, 이로써 올해 성장률 전망치의 하향 조정은 사실상 가시화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의 한국 여행 자제 권고 조치로 인해 연말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탄핵 정국으로 12월 골목 상권 매출과 외국인의 국내 소비가 5% 훼손됐다고 가정하면 이는 2024년 한국 국내총생산(GDP)을 0.04%p 위축시키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1.9%의 하향 조정도 배제할 수 없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정부 소비 공백은 면했으나, 정국 혼란에 연초부터 재정 지출이 속도를 낼 수는 없을 것으로 보여 내년 상반기까지는 내수 경기에 기대를 걸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경기는 대내적으로 재정 확대의 한계와 내수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통화정책에 기대야 하나 아파트 가격 상승 우려가 있어 금리 인하 폭은 크기 어렵고 산업 경쟁력도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를 받치는 한은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운 이유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부양에 대한 한은의 책무가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속도와 강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도 “재정보다는 통화정책을 활용해 경기를 부양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집중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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