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대전환 선언한 경북도…‘스마트팜 강국’ 네덜란드에서 답을 찾다

베스틀란트·바헤닝언=명민준 기자

입력 2022-09-28 03:00:00 수정 2022-09-28 03: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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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지사 등 해외농업 연수단, 5일간 네덜란드 현지 탐방
첨단 유리온실에 스마트팜 기술 적용, 생산성 높여 투자비용 조기에 회수
농업 고도화의 핵심은 산학연 협력, 유기적인 연계로 농업발전 가속도
농민들 학력 수준 높여 경쟁력 강화… 1인당 농업소득 연평균 1억원 넘어


21일(현지 시간) 네덜란드 베스틀란트 로얄 페퍼르스 농장에서 농장주 륏허르 씨가 이철우 경북도지사(오른쪽) 등 경북도 연수단원들에게 자신이 재배한 파프리카를 보여주고 있다. 파프리카는 스마트팜 기술이 적용된 ‘유리온실에서 재배됐는데, 병충해가 거의 없어 생산성이 높다고 한다. 베스틀란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19일 오전 10시(현지 시간) 네덜란드의 대표적 농업도시 베스틀란트. 거리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넓은 초원 위에서 방목된 젖소들이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들판 곳곳엔 국기가 거꾸로 걸려 있었다. 네덜란드 국기는 위에서부터 빨간색, 흰색, 파란색 줄무늬지만 농민들이 정반대로 걸어 놓은 것. 네덜란드 정부가 질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사육하는 가축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계획을 발표하자 반발한 농민들이 항의의 뜻으로 내걸었다는 설명이었다.

베스틀란트 관계자는 “국민들의 시선이 썩 곱진 않다. 농민 대부분이 부농(富農)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농민 1인당 연 소득은 평균 1억 원을 넘는다.

경북도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배한철 경북도의회 의장, 각계 전문가 및 농업인들로 연수단을 꾸려 18∼22일 네덜란드를 방문했다. 네덜란드가 ‘스마트팜’을 활용해 농업 부국으로 성장한 비결을 배우겠다는 취지에서다.
● 유리온실로 척박한 환경 극복
베스틀란트는 전체 면적 90.58km² 가운데 평균 6ha(6만 m²)짜리 유리온실 6000여 동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글라스 시티(Glass City)’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눈길 닿는 곳마다 유리온실이 펼쳐져 있어 눈부실 정도였다.

베스틀란트는 세계에서 처음 유리온실 농업이 시작된 곳이다. 1850년경 포도 재배를 위해 유리와 벽돌을 이용해 온실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바다보다 낮고 습지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척박했던 지형 조건을 기술 개발로 이겨낸 것이다.

‘퀴보’는 1945년 베스틀란트에 설립된 온실 설계 및 시공업체다. 현재는 첨단 유리온실에 스마트팜 기술을 적용해 보급하고 있다. 이날 퀴보의 유리온실 공장에서 만난 레이니르 판 헤럴 영업사장은 “자체 개발 프로그램 ‘파일럿’을 통해 온실 내부의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수치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며 “농가 상황을 실시간 데이터로 취합해 문제가 생기는 즉시 해결책까지 적시에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공장 내부에선 온실의 뼈대를 이룰 철골 구조물을 생산 중이었다. 언뜻 보기엔 엇비슷한 구조물이었지만 자세히 보니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 판 헤럴 사장은 “러시아 등 극한 지방이나 두바이 등 사막 지역에도 온실을 설치하고 있다”며 “지역마다 강수량과 일조량 등이 달라서 구조물 형태에도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유리온실을 설치하기 위해선 1ha(1만 m²)당 약 27억 원의 비용이 든다. 그러나 농작물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네덜란드 농민 대부분은 설치 5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긴다고 한다.

김종수 경북도 농축산유통국장은 “농작지가 넓을수록 스마트팜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손익분기점도 앞당길 수 있다”며 “경북 문경 농민들이 스마트팜 설립 및 운영 방안을 논의 중인데 도 차원에서 성공 모델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교육-사업-연구 분야가 유기적으로 연계”
이어 찾아간 세계원예센터(WHC)는 교육기관과 각종 농업기술산업 전시판매장, 실증체험시설 등을 갖춘 복합시설로 2018년 3월 문을 열었다. 매년 158개국 12만 명이 이곳을 찾아 네덜란드의 첨단 스마트팜 기술을 배운다고 했다. 2층 전시 공간에는 농업 장비 업체의 최신 기술 및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원할 경우 구매 계약까지 할 수 있다.

이날 WHC 내 교육기관에선 네덜란드 고등학생들이 농업 관련 이론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고 있었다. 한국의 마이스터고와 유사한 교육기관인데 농업 관련 로봇 및 정보통신기술(ICT) 연구실도 곳곳에 있었다. 픽 판 홀스테인 WHC 최고경영자는 “농업 고도화의 핵심은 산학연 협력”이라며 “WHC에선 교육과 산업,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네덜란드의 농업 발전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이날 WHC 및 경북대와 협력을 강화하는 3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WHC와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인력 양성 및 농업기술 공동 발전을 위한 인적교류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한국 농업인들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끈끈한 관계를 맺어 나가겠다”고 했다.
● 농업의 싱크탱크 바헤닝언대
네덜란드 관계자들은 “농업 경쟁력은 학력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네덜란드 농민의 약 10%는 대학원, 약 60%는 대학, 약 20%는 전문대학을 졸업했다고 한다.

20일 오후에 찾은 바헤닝언대는 세계 1위 농업대학으로 전 세계 농업기술의 ‘싱크탱크’로 불린다. 1918년에 설립됐으며 농업대학으로는 세계에서 처음 마케팅 학과를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학부생의 약 10%, 석사 과정의 약 45%, 박사 과정의 약 70%가 외국인일 정도다.

경북도는 이날 바헤닝언대에 스마트 농업 대전환 계획을 설명하고 농업연구개발 및 인력 양성, 농업정책 등에 대한 상호 교류를 제안했다. 이 지사는 “바헤닝언대의 교육 연구 통합모델은 경북 농업 혁신에 참고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스틀란트·바헤닝언=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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