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소득 2000만 원 넘는 피부양자, 9월부터 건보료 낸다
이지운 기자
입력 2022-06-29 11:30 수정 2022-06-29 11:30
그동안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편입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세대 중 연 소득이 2000만 원을 초과하는 27만 여 명이 9월부터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보험료를 내야 한다. 전체 지역가입자의 65%에 해당하는 561만 세대는 이 시기부터 건강보험료가 월 평균 3만6000원 가량 줄어든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부과체계 개편은 피부양자 기준을 강화해 보험료 낼 여력 되는 사람의 ‘무임승차’를 막고, 직장가입자에 비해 과도하게 책정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완화해 주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현행 기준에 따르면 연 소득이 3400만 원 이하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서 이 기준이 ‘2000만 원 이하’로 강화된다. 2017년 여야 합의로 초안을 만들 때는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는 재산 기준도 9억 원에서 6억 원 이하로 낮추려고 했으나, 최근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을 고려해 이는 현행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피부양자 중 연소득이 2000만~3400만 원 사이인 세대가 약 27만3000세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내지 않던 건보료를 새로 내는 점을 감안해 4년 간 보험료 경감을 시행한다. 첫 해에는 실제 보험료의 20%만 내면 되고, 이후 매년 40%, 60%, 80%로 올라 4년 뒤부터는 전액 납부해야 한다.
지역가입자에 대해선 보험료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이 이뤄진다. 이번 개편으로 지역가입자 중 65%인 561만 세대는 월 평균 보험료가 3만6000원가량 낮아지게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23만 세대는 월 평균 2만 원 가량 오르게 될 전망이다.
우선 소득 수준을 97등급으로 나누고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매기는 방식을 폐지하고 소득액의 절반(50%)에 대해 6.99%의 보험료를 매기기로 했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 계산 기준과 통일시켜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대신 최저보험료는 기존 1만4650원에서 1만9500원으로 인상한다. 이에 따라 저소득 지역가입자 242만 세대의 보험료가 월 평균 4000원꼴로 오르게 되는데, 처음 2년 동안은 이를 전면 경감, 이후 2년은 50% 경감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에 재산과 자동차에 대해서도 보험료를 매긴다. 정부는 재산이 경제 수준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보험료 반영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재산 보험료는 공시가격에 60%를 곱한 ‘재산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책정하는데, 기존에는 재산 수준에 따라 과세표준에서 500~1350만 원을 공제한 후 계산했다. 하지만 9월부터는 공제액을 재산 규모와 무관하게 일괄 5000만 원으로 올린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 8333만 원(시가 약 1억2000만 원) 이하의 재산을 가진 사람은 재산 보험료를 내지 않게 된다. 이 조치로 재산보험료를 납부하는 지역가입자 세대가 60.8%에서 38.3%로 줄어든다.
자동차에 대한 보험료 기준도 대폭 완화된다. 기존에는 배기량이 1600cc 이상인 차를 보유한 경우 보험료가 매겨졌다. 하지만 9월부터는 배기량 기준이 없어지고, 현재 가액(중고가)이 4000만 원 이상인 고가 자동차에 대해서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에 건강보험료가 매겨지는 자동차는 현행 179만 대에서 12만 대로 감소하게 된다.
직장가입자는 상대적으로 개편 폭이 작다.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임대, 이자 배당, 사업소득 등이 많은 경우에 한해 추가로 보험료를 부과했는데, 이 기준을 연 3400만 원 초과에서 연 2000만 원 초과로 강화했다. 이에 따라 전체 직장가입자 중 45만 명(2%)이 월평균 5만1000원을 더 내게 됐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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