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銀 3주만에 예·적금 12조 몰렸다…‘역머니무브’ 가속화

뉴스1

입력 2022-05-24 14:32 수정 2022-05-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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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은행 영업점 모습.© News1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이 이달 들어 불과 3주 만에 12조원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암호화폐의 약세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예·적금 금리가 오르자 안전자산인 은행으로 돈이 회귀하는 ‘역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709조70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697조7223억원)과 비교해 3주 만에 11조9837억원이 늘면서 총잔액이 700조원을 돌파했다. 정기예금이 673조2064억원으로 전월보다 11조6566억원 늘었고, 정기적금은 36조4996억원으로 3271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의 예·적금 잔액 증가세는 최근 눈에 띄게 가팔라졌다. 4월 한 달간 2조원 가량 늘면서 증가세로 전환한 뒤, 이달 증가 폭이 6배가량 확대된 것이다.

금융권에선 다시 은행에 돈이 몰리는 이유로 자본시장의 불안을 꼽는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양적 긴축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 사태, 루나 폭락 사태, 각종 규제 영향으로 주식·암호화폐·부동산 시장 등이 조정국면을 겪으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고가(코스피 3316.08)를 경신했던 국내 증시는 하반기부터 장기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지난해 말 삼천피가 무너진 뒤 낙폭을 키워 현재 2500~2600선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6만7802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던 비트코인도 이달 초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 폭락 사태와 연준의 금리 인상 여파로 한때 2만5000달러선까지 급락했다.

반면 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수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14일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연 1.25%→1.50%)하자 시중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금리를 더 올려 화답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은 지난달 18일부터 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최대 0.40%p 올렸고, 이어 우리은행과 농협은행 등도 금리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은행들은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리면서도 예·적금 금리 인상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이 확산하자 금리 인상에 더욱 적극적인 모습이다. 은행연합회 비교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는 1.1~2.3%, 정기적금(자유적립식) 금리는 1.3~4.4% 수준까지 올랐다.

금융권에선 올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준(Fed)이 이달 초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것)‘을 강행하는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도 이런 흐름에 맞춰 오는 2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이 2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은행 관계자는 “오는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인상되면 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지금보다 오르게 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을 기다리는 대기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은행으로의 머니무브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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