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에 배추-무값 급등… ‘金채소’ 비상

이지윤 기자

입력 2022-05-24 03:00 수정 2022-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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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채소, 고온-가뭄에 수확 타격… 올여름 평년보다 더위 잦을 전망
세계 이상고온에 곡물값도 빨간불… 감자는 1년새 2배로 올라 ‘金자’
우크라 전쟁 여파 비료값까지 올라… 농산물 가격 추가 상승 압력 커져



서울 성북구에 사는 김모 씨(25)는 대형마트에서 양배추 가격을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 4분의 1로 소분된 가격이 평상시의 두 배에 가까운 1800원이었다. 김 씨는 “양배추 쌈을 싸먹는 게 사치로 느껴질 지경”이라며 “채소와 과일 가격이 일제히 올라 장 볼 때마다 걱정”이라고 말했다

때 이른 무더위에 취약한 잎채소류 가격이 크게 뛰는 등 농산물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수확량 타격도 우려된다. 전 세계적 이상고온에 따른 작황 부진과 비료값 급등까지 덮치며 가뜩이나 오른 물가 불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때 이른 더위와 봄 가뭄에 국내 채소 값 폭등
23일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0일을 기준으로 배추 10kg 도매가는 9800원으로 1년 전(6050원)보다 62% 급등했다. 평년보다는 77% 오른 수준이다. 배추 대체품으로 활용되는 얼갈이배추(4kg)는 같은 기간 31%, 무(20kg)는 53% 올랐다. 더위에 취약한 잎채소류인 깻잎(32%), 청상추(21%), 열무(14%) 등 가격도 줄줄이 상승했다.

이는 때 이른 더위와 강수량 급감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채소류는 기온, 강수·일조량 등 기상 요인이 수확량과 가격을 좌우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관계자는 “5월부터 이상고온과 가뭄이 찾아오며 생산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올여름 고온으로 여름철 수확량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여름이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관측되면서 농산물 수급 위험도는 높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25일까지 전국적으로 30도 안팎의 이른 더위가 이어지고 7, 8월엔 밤낮으로 무더위가 잦을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이 장기화한 2018년엔 잎채소, 여름 과일이 화상을 입거나 병충해를 겪어 가격이 폭등했다. 한 대형마트 채소 바이어는 “수확량이 급감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강수량에 따라 시세가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이상고온에 비료 값까지 급등
이상고온은 최근 농수산물 가격 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더위로 저장 물량이 줄어든 감자는 이달 가격이 크게 오르며 ‘금(金)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북미산 감자 역시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 대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감자 20kg 도매가격(20일 기준)은 6만300원으로 1년 전(3만1940원)의 두 배 수준으로 폭등했다.

국제 곡물 가격에도 비상이 걸렸다. 채소류는 국내 자급률이 80∼90%를 넘지만 밀, 수수 등 곡물은 해외에서 대부분 수입한다. 인도는 3, 4월 이른 폭염과 지속적인 이상고온으로 밀 작황 부진이 예상되자 14일 밀 수출 금지령을 내렸고, 국제 밀 선물가격은 하루 새 6% 올랐다. 미국도 21일(현지 시간) 남부부터 북동부 지역까지 낮 기온이 35∼40도로 오르는 등 가뭄과 고온으로 농산물 작황 부진이 예견된다.

최근 비료 값까지 급등하며 농산물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비료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80% 급등한 데 이어 전 세계 비료 생산량의 28%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수출 제한으로 올 들어서도 30%가량 상승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료 값과 인건비, 자재비 등 전체 비용이 지난해보다 40% 정도 상승하며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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