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에 두 번째 전기차를 운전하시는 장모님

동아경제

입력 2022-05-23 18:07 수정 2023-05-09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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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기준으로 전국 2,500만대 차량이 등록되어 있으며 전기차는 누적 25만 8253대가 등록됐다. 즉, 전체 등록 차량 중 1%가 전기차이다. 2018년말 기준으로 전기차는 누적 5만6천대 밖에 등록되지 않았었다. 이런 상황에서 70대에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시고, 작년에는 두번째 전기차를 운전하시는 분이 계신다. 나의 장모님의 전기차 이야기다.

나의 장모님은 결단력이 빠르신 분이다. 주변에서 괜찮은 물건을 추천하면 고민하지 않으시고 전격적으로 구매하신다. 2018년 당시 우리 부부는 현대 코나가 전기차로 나온다고 하길래 매장을 찾았다(하지만 전기차는 없어서 기존 코나 시승만 해봤다). 우리와 같이 따라가신 장모님은 전기차를 안 사봤지만 전기차 브로커를 자처하는 아내의 적극 추천에 따라 현장에서 즉시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주행거리 약 200km)을 예약하셨다. 관계자에 따르면 장모님이 최고령 구매자이시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파란색 풀옵션을 선택하신 분이라고 귀뜸을 해줬다. 장모님은 나중에 본인이 평생 검은색 차량만 운전하셨고, 흰색은 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 파란색으로 결정하셨다고 밝혔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전기차 보급을 위해 보조금 약 2000만원에 집에 충전기도 무료로 설치해주던 시절이었다. 다행히 장모님은 2018년 때마침 주택으로 이사하셔서 전기차를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2020년에 테슬라는 모델 3를 앞세워 국내에서만 1만1,825대를 팔면서 전기차 쇼크를 가져왔다. 그리고 2021년에는 본격적으로 주행거리가 긴 다양한 전기차들이 등장하는 시점이었다. 안 그래도 장모님께서는 기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고 겨울에는 주행거리가 더 떨어지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나 하이브리드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으셨다. 고민하던 찰나에 다시 전기차 브로커 본능이 발동한 아내는 장모님에게 기존 전기차를 팔고 새로 출시되는 아이오닉5를 구입할 것을 강력히 추천하였다. 400km 넘는 주행거리, 보조금 1200만원, 그리고 집에 설치된 기존의 충전기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장모님은 이미 저렴한 충전료와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편리함에 내연기관차로 돌아가고 싶지가 않으셨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운전을 못 하시는 장인께서 지방으로 종종 내려가시는데,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내연기관차보다는 짧기 때문에 멀리까지 안 모셔도 될 이유가 필요하셨기 때문이다. 첫번째 전기차와는 다르게 장모님 기준으로는 긴 며칠 간의 고민을 하셨다. 아무래도 2년 조금 넘게 운전하시던 전기차를 파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것 같다. 하지만 구형 아이오닉을 팔면 아이오닉5을 3000만원 미만으로 구입해서 오랫동안 운전을 하는 장점에 마음이 흔들리셔서 며칠 후에 장모님은 사전예약을 완료하셨다. 장모님이 다시 한 번 아내의 전기차 고객이 되었다.



2021년 6월 말 경 장모님은 아이오닉5를 받으셨다. 몇 년 사이 늘어나는 전기차 판매 증가에 반비례하여 보조금이 매년 축소되고 충전료도 올랐지만 장모님은 전기차로 전환한 후 많은 혜택을 받고 계신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아이오닉5 구매자 중 60대 이상 고객은 20.6%이다. 60대 이상 고객 중에 누가 전기차를 두 번 샀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는데, 아마도 장모님이 두 번째 전기차를 운전하는 첫 60대 이상 운전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쯤 되면 장모님이 전기차 모델이 되셔도 좋을 듯싶다.

전기차 구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경우, 전기차를 운전해보면 다시 전기차를 찾는다. 장모님이 이를 몸소 실천하셨다. 그리고 사위인 나도 장모님을 뒤따라 전기차를 구입했다.

EV라운지 파트너 베키가족 evloun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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