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나란히 세계 1위… “K전자 날았다”

서형석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2-01-28 03:00 수정 2022-01-2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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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키워 메모리 쏠림 벗어나 인텔에 역전
대규모 시설투자로 1위 수성 나서… 월풀 물량공세에도 매출 앞선 LG
공급망 불안에 국제물류비 올라, 영업이익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매출로 3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랐다. ‘메모리반도체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로서는 상대적으로 약했던 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반도체 부문까지 선전하면서 미국 인텔을 제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접은 LG전자는 생활가전 부문에서 첫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세계 최대 가전사’ 타이틀을 얻게 됐다.
○ 삼성, 파운드리 확대 과제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로만 94조1600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난해까지 29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도 대규모 서버투자 및 PC 수요 증가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냈다. 메모리반도체 매출은 2020년보다 30.7%나 올랐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 중 눈에 띄는 것은 오히려 늘 1등을 하던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시스템LSI(시스템반도체 설계)다.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로 내세운 두 사업 매출이 지난해 처음 20조 원을 넘어섰다. 전체 반도체 매출액의 4분의 1에 미치지 못하지만, 인텔과의 ‘1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특히 가전, 모바일기기, 자동차 등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에 비해 수요가 꾸준하고 수익성도 월등하다.

인텔의 지난해 매출 790억 달러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다만 2020년보다 1.4% 늘어나는 데 그치며 삼성전자에 선두자리를 내줬다. 주력 사업인 중앙처리장치(CPU) 매출이 PC용은 지난해 0.9% 성장에 그치고, 서버용은 1.1% 감소했다. 사물인터넷(IoT) 등의 신사업 성장으로 전체 매출을 방어했다. 세계적인 PC 및 서버 수요의 증가 속에서 AMD, 구글 등과의 CPU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과거 반도체 매출 세계 1위에 올랐던 것은 메모리 시장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지나던 2017, 2018년이었다. 이 사이클이 꺾이자 2019년과 2020년 곧바로 인텔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경기 평택시와 미국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투자를 하는 등 반도체 시설투자로만 43조6000억 원을 썼다. 하지만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를 비롯해 인텔도 수백조 원을 들여 세계 각지에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발표하는 등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메모리 및 시스템반도체의 안정적 성장이 올해 ‘300조 원 매출’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매출 앞서고 이익은 추월당한 가전

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 27조1097억 원은 110년간 세계 가전을 이끌던 미국 월풀 219억8500만 달러(약 25조 원)를 능가한다. 보통 상반기(1∼6월) 매출에서 LG전자가 앞서다 하반기(7∼12월)에 월풀이 ‘블랙 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행사 특수를 누리며 역전하던 걸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에 따른 물류비 부담은 과제로 남았다. 2017년부터 월풀을 앞서던 LG전자 가전사업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000억 원 정도 역전당했다. 북미에서 생산해 현지로 공급하는 월풀과 달리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LG전자는 물류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공급망 차질은 자동차부품(VS)사업본부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길어지면서 VS사업본부의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이 2020년 같은 기간보다 12.3% 역성장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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