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맛집 요리, 전국서 밀키트로 즐긴다

김소민 기자 , 사지원 기자

입력 2022-01-26 03:00 수정 2022-01-26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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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칼국수-마포 순대전골 등 레스토랑 간편식으로 인기 몰이
“직접 가서 먹는 맛과 비슷”… 유통업체들 맛집 섭외 경쟁 치열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만들어진 지역 맛집 요리들. 위쪽부터 서울 ‘리북방 순대전골’, 전북 전주 ‘베테랑 칼국수’, 서울 ‘진진 멘보샤’. 이마트·마켓컬리 제공

직장인 김모 씨(37)는 최근 지방에 사는 친구에게 서울의 유명 불고기 맛집에서 내놓은 밀키트를 선물로 보냈다. 중불에 5분 정도 구우면 집에서도 레스토랑급 맛을 즐길 수 있는 일명 레스토랑 간편식(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이다. 김 씨는 “코로나19 전이라면 친구를 서울로 초대했겠지만 지금은 식도락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라 밀키트로 대신했다”며 “반응이 좋아서 지인들에게 종종 선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지역 맛집 요리를 집에서 간편식으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여행 대신 밀키트로 탐식여행을 떠나려는 수요가 폭발하면서 오랜 역사를 가진 지역의 맛집을 섭외하기 위한 유통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 코로나19가 키운 레스토랑 간편식
25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한 RMR 매출은 2020년 대비 362% 늘었다. 이커머스 중 레스토랑 간편식을 가장 많이 취급하고 있는 마켓컬리는 지난해 RMR 판매량이 2020년 대비 55% 늘었다. 이마트 피코크 역시 같은 기간 RMR 매출 신장률이 60%에 달했다.

레시피 공개를 꺼리거나 지역 명물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대량 생산을 하지 않으려던 맛집들도 코로나19를 거치며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서울 마포구에서 중식당(진진)을 운영하는 황진선 셰프(36)는 “코로나로 가게 4곳 중 2곳을 임시휴업했지만 이마트와의 제휴가 그나마 가뭄에 단비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진진의 멘보샤를 레스토랑 간편식으로 먼저 접하고 매장까지 찾아오는 소비자도 있다. 과거 간단히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했던 HMR와 달리 RMR는 실제 외식할 때와 거의 흡사한 맛을 구현해내기 위해 최대 1년에 걸쳐 샘플을 수차례 만들고 비교 시식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순대전문점 리북방을 운영하는 최지형 셰프(36)는 이마트와 제휴해 순대전골 등을 판매한다. 그는 “지역 맛집에 RMR는 전국 송출망이 생긴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지역 맛집 삼고초려 섭외 경쟁
차별화된 자체 상품으로 경쟁력 강화를 노리는 유통업체들은 지역 맛집을 섭외하는 데 적극적이다. 마켓컬리가 전북 전주에 있는 칼국숫집인 베테랑을 입점키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고유의 맛 구현이 어렵다고 판단한 식당 사장의 반대를 뚫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초 사장은 “(대표 메뉴인) 칼국수만큼은 건드리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마켓컬리는 만두, 메밀소바 등 해당 식당의 다른 메뉴부터 하나하나 간편식으로 만들며 사장과 신뢰를 쌓았고, 결국 칼국수까지 제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15만 개 팔리며 히트를 쳤다.

이마트 피코크는 아예 ‘고수의 맛집’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고 전국의 유명 맛집 메뉴를 상품화하고 있다. 강원 춘천 소양강댐 인근에서 1978년부터 이어지는 닭갈비 맛집인 통나무집 닭갈비를 입점시키기 위해 바이어가 춘천을 5번 이상 오가며 설득하기도 했다. 이마트가 협업하고 있는 맛집 수는 2020년 25곳에서 지난해 35곳으로 늘었다. 협업 상품 수도 같은 기간 65종에서 85종으로 늘었다.

소비자·유통업계·지역 맛집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국내 레스토랑 간편식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1인 가구가 계속 증가하면서 RMR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코로나가 이를 더 확대시켰다”며 “당분간 성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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