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보다 뜨거운 명품株… ‘佛개미’ 7배로 늘었다

박민우 기자

입력 2021-12-07 03:00 수정 2021-12-07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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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주가 올해 88% 급등… 유럽시총 1위 루이비통도 34%↑
국내 투자자 매수액은 5배로 늘어… 순매수 톱3 모두 명품 브랜드
강남3구 거주자-30대 여성 많아



‘1000만 원 넘는 명품백은 못 사지만, 주식은 산다.’ 30대 워킹맘 이모 씨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한국에서 올해 4번이나 가격을 올리는 걸 보면서 다른 생각을 했다. 명품백이 이 정도 인기라면 명품 회사 주가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는 샤넬은 비상장주식이어서 투자하진 못했지만 프랑스 증시에 상장한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주가가 올해 90%가량 올랐다는 알짜 정보를 알게 됐다. 이 씨는 “일찌감치 프랑스 명품 브랜드 주식을 사들였으면 명품 가방 살 돈은 충분히 마련했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프랑스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불(佛)개미’가 최근 1년 새 약 7배로 늘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의 투자처가 미국 중국에서 유럽의 패션 브랜드로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 1년 새 7배로 불어난 불개미

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프랑스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는 3만708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488명) 대비 575.67% 늘었다. 매수 금액도 1569억 원으로 지난해(326억 원)에 비해 381.29% 증가했다.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프랑스 주식 온라인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불개미들은 올해 에르메스(379억 원)와 LVMH(334억 원)에만 700억 원 넘게 투입했다. 케링(33억 원)을 포함하면 순매수 상위 1∼3위가 모두 명품 브랜드였다. 크리스챤 디올(4억 원)도 순매수 7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학개미들은 그동안 테슬라와 아마존 등 미국 주식에 집중했지만 투자 대상과 지역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팬데믹 이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명품 수요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벨기에 브뤼셀 등 유럽 3개국의 증권시장이 통합된 거래소 유로넥스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에르메스 주가는 1653.00유로(약 221만 원)로 마감했다. 지난해 말(879.60유로)에 비해 87.93% 급등한 것이다. 유럽 시가총액 1위이자 루이비통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에네시(LVMH)도 연초 이후 34.39%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864만 원에서 올해 1124만 원으로 인상된 샤넬 클래식백 미디엄 사이즈의 가격 인상폭(30.09%)을 훌쩍 넘어선다. 이 밖에 구찌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케링과 크리스챤 디올 주식도 연초 이후 각각 14.64%, 46.50% 상승했다.

○ 강남 3구 거주자·30대 여성이 불개미 주축


프랑스 명품 브랜드 기업에 투자하는 불개미는 누굴까.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에르메스와 LVMH, 케링 등 3개 브랜드 주식을 매수한 투자자의 40.79%(1만1540명)는 서울에 거주했다. 이 가운데 명품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진 강남 3구 투자자가 대다수였다. 강남구(13.65%)와 서초구(10.83%), 송파구(9.42%) 순으로 많았다.

30대 여성이 불개미의 주축이 됐다. 이들의 투자 비중은 LVMH(29.67%)와 에르메스(28.49%), 크리스챤 디올(27.96%), 케링(25.87%)에서 각각 30%에 육박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명품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본 고소득층이나 젊은 여성들의 투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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