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원유값, 오미크론에 제동… 글로벌 유가전쟁 새 변수로[인사이드&인사이트/허은녕]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입력 2021-12-01 03:00:00 수정 2021-12-01 11: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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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가 흔드는 국제 질서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고공행진을 하던 국제 원유시장 가격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델타 변이보다 더 감염력이 높고 치명적이라는 보도로 인한 후폭풍이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던 국제유가는 지난 주말 여행 규제와 국경봉쇄 가능성 등이 회복되고 있던 석유 수요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는 발표가 있자마자 미국 뉴욕시장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60달러대로, 유럽 브렌트유는 70달러 초반대로 일제히 급락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제유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999년 초에는 배럴당 12달러도 되지 않았던 국제유가는 2000년이 되자마자 상승하기 시작해 2008년 여름, 140달러를 기록하며 최고점을 찍었고 작년 4월에는 비록 선물가격이었지만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다. 올해 들어서는 급상승해 여름을 지나면서 70달러대를 초과하는 고공행진 중이다.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석유 수요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로 작년 초에는 가격이 폭락했지만 올해 들어 수요 회복 심리가 살아나면서 유가를 밀어 올렸다. 지난 주말의 폭락은 오미크론 변이 출현으로 인한 수요 감소 예상이 주요 원인이다. 2020년 원유 소비량은 대략 하루에 9000만 배럴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는 9800만 배럴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국제기구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수요 증가 예측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의 변동만으로는 현재의 높은 국제유가를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공급 쪽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는 건데 이는 20세기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석유 공급 국가 간 국제질서의 변화가 주요 원인이다.

현재 전 세계의 원유를 공급하는 공급자들을 크게 구분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배럴당 10∼20달러 이하의 원가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가 있다. 이들은 전 세계 공급의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두 번째로 북해유전, 멕시코유전, 텍사스, 걸프 등 서방 선진국이 생산하는 원유가 배럴당 30∼40달러 선의 생산원가로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배럴당 50∼60달러의 생산원가를 가지고 있는 미국산 셰일오일이 있다.

OPEC이 결성되던 1960년대만 해도 세계의 원유 수급은 수요자, 즉 서방 선진국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국제시장도 없었으며 선진국이 자원 부국에 가서 싼값에 일방적으로 원유를 가져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중동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으로 OPEC이 뭉쳐 실력행사를 했던 것이 1, 2차 석유 위기였다. 선진국들은 이로 인해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멕시코유전, 북해유전 등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이 외에 원유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국제원유시장을 만들었고 전략적 원유비축(SPR·Strategic Petroleum Reserve)도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12년 넘게 유지되던 OPEC 카르텔은 1986년 말에 무너졌고 이후 소련도 멸망하면서 20세기 말까지 국제 원유가격이 20달러 이하로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었다.

21세기의 고유가는 중국발 수요 폭증과 기후변화협약 및 탄소중립 선언의 영향이 크다. 2004년 중국의 수요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국제유가는 곧바로 급등해 2008년 초 100달러를 돌파했다. 21세기 초부터 기회를 엿보고 있던 OPEC은 곧바로 감산에 들어갔고 러시아와 함께 OPEC+를 만들어 전 세계 원유 공급의 거의 절반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곧바로 미국이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했고 이어서 서방의 투기자본이 국제에너지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제원유 시장 가격은 평균적으로는 이른바 한계생산비용(marginal production cost)에 가까운 가격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동시에 투기자본으로 인해 40달러대에서 120달러대를 오가는 등락을 거듭했다.

미국 등 서방은 셰일오일 사용을 늘리는 한편 기후변화협약을 내세워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2015년 말에 파리 기후협약을 이끌어내는 등 탈석유, 탈OPEC 시동을 걸었다. 그 덕분인지 2016년부터는 셰일오일 생산원가 수준인 50달러 선에서 국제유가가 형성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미국은 에너지 수출국이 되었음을 공언하면서 중동에서 발을 빼는 전략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19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서방 국가들의 탄소중립 선언 등으로 OPEC+ 국가 간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되었고 이는 OPEC+의 생산량 감축 등의 행동으로 표출됐다. OPEC+ 국가들은 지금이 석유를 활용해 부를 거머쥘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고 이는 카르텔을 지속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환경 문제로 제한되자 미국 등 주요 원유 수요국들은 OPEC과 OPEC+에 대한 방어 수단이 상실된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어쩔 수 없이 예전에 사용했던 수단인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를 꺼냈고 이를 한국 중국 일본 영국 인도 등에 요구하는 상황에 몰렸다.

OPEC+는 2일 각료회의에서 2022년 새해 초반의 석유공급량을 논의한다. 미국이 꺼낸 전략비축유 방출 카드와 새로 발생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수요 감축 예상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OPEC+ 국가들이 증산을 중단하면서 생산을 더욱 조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셰일석유 생산으로 우세한 위치였던 서방 선진국과 소비 국가들은 이제 다시 원유 공급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탄소중립은 아직 먼 미래이며 당장 산업경쟁력과 국내 물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추진했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 에너지 자급률 향상을 위한 계획들이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조선업 등에서 추진했던 석유개발 연계사업 역시 미미한 수준에 그쳐 국제유가의 변동에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경제는 브렉시트, 미중 무역갈등 등 보호무역의 분위기가 점차 짙어지고 있다. 기존의 에너지 수입 방식이 아닌 새로운 에너지 공급망을 구성할 필요가 더욱 커진 것이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석유의 수입원을 적극적으로 다변화하고 일부는 아예 다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이제 필수가 되었다. 러시아, 몽골 등의 동북아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로의 가치 사슬 확대 등 새로운 제안들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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