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문 안 열리고 길안내 정지… KT 먹통때 230만대 긴장

서형석 기자

입력 2021-10-27 03:00 수정 2021-10-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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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 기반 커넥티드카 기능 마비, 실시간 내비-차량관리 이용 못해
KT망 사용 현대차-테슬라 피해 커… 미래 고도화된 자율주행에 필수적
“통신망 이상 발생시 대책 세워야”



25일 발생한 KT 통신망 불통 사태로 부산에 사는 이모 씨(35)는 차량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2019년 구매한 테슬라 ‘모델3’의 문을 원격으로 여는 건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길안내도 받을 수 없었다. 국내 테슬라 차량은 KT 롱텀에볼루션(LTE) 무선 통신망에 연결돼 이런 기능들이 먹통이 된 것이다.

결국 차 문은 차에 접촉하는 카드 키로 열었고, 길안내는 KT가 아닌 다른 통신사에 가입된 자신의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해결했다. 이 씨는 “아무 예고 없이 무선 통신망이 멈추자 차의 기능들도 활용할 수 없는 걸 보며 무선 통신이 더 필요할 미래차는 어떻게 될까 아찔했다”고 말했다.

KT 통신망 마비로 이 씨 같은 ‘커넥티드 카’ 이용자들이 차량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현실이 되자 안정적인 커넥티드 카 운용을 위한 대책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



커넥티드 카는 스마트폰처럼 이동통신망에 항상 연결된 차량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에 커넥티드 카는 463만 대가 있다. 현대자동차 블루링크, 기아 커넥트(옛 유보)를 비롯해 국내외 차량 업체들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망을 통해 길안내, 차량 관리 등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소프트웨어(SW) 새 버전을 내려받듯 커넥티드 카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로 기능 및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통신망이 끊기면 이런 기능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테슬라가 KT 통신망을 이용하는 걸 감안할 때 25일 통신망 불통 사태로 피해를 본 커넥티드 카 규모는 230만 대가량으로 추산한다.

커넥티드 카의 쓰임새는 단순 부가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련 업계 및 학계와 함께 LTE 기반의 커넥티드 카 통신망을 5세대(5G)로 바꿔 차량 사이의 통신, 차량과 다른 사물 간의 통신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5G는 LTE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르고 전송량도 많아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지금은 차량 내부의 레이더, 카메라 정보를 활용해 차량이 단독으로 자율주행을 하지만 차량 간 통신을 활용하면 복잡한 도심이나 이면도로에서도 복합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해 진다. OTA의 활용 범위도 차량을 정비하는 수준으로까지 커지고 있다. 무선 통신망이 불통이 되면 자율주행 도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OTA를 받던 차에 손상이 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나재원 원광대 스마트자동차공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커넥티드 카 정책은 기본적으로 통신망이 안정적인 상태라는 걸 전제로 마련돼 이번 KT 사태가 업계에 던진 충격이 크다”며 “향후 5G 기반의 커넥티드 카 정책 수립 과정에서 대체 통신망 확보, 비상시 대책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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