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샷 ‘좋아요’에 목매는 이유는 사회적 쾌락 때문”

정리=장재웅 기자 , 이정 한국외국어대 GBT학부 교수

입력 2021-10-13 03:00 수정 2021-10-13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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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 SNS 공개 위험행동 분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생샷’을 올리기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절벽에 매달렸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도대체 ‘좋아요’나 ‘하트 수’ 때문에 왜 목숨까지 거는 거야”라며 의아해한다. 최근 이런 의문에 어느 정도 힌트를 줄 만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연구팀은 사람들이 왜 자발적으로 온라인을 통해 보이는 위험 행동(technology-mediated dangerous behavior)을 하는지 채집 이론과 위험 민감성 이론에 기반해 설명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포스팅에 따라 차이가 나는 하트 수는 ‘사회적 쾌락’에 대한 결핍으로 인식된다. 이는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것과 유사한 메커니즘으로 발생한다. 즉, 동물들이 생존을 위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수렵과 채집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SNS라는 공간에서 사회적 쾌락이란 보상을 얻기 위해 하트 수를 ‘채집’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인상 깊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섯 가지의 실험을 통해 사람들이 온라인상으로 보여주는 위험 행동은 무엇에 의해 영향을 받고, 어떻게 현실로 나타나는지 살펴봤다. 즉, SNS 포스팅에 달린 하트 수의 차이를 피실험자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이후 어떤 행동을 취하는지 알아보는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좋아요’와 하트 수의 차이는 온라인을 통해 보이는 위험한 행동을 유발시켰다. 아무런 경제적 보상도 주지 않는 ‘좋아요’나 하트 따위에 목숨을 걸 수도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은 상대적 박탈감이다. 만약 비슷한 포스팅을 한 다른 사람들이 받은 ‘좋아요’ 수를 볼 수 없다면, 그리고 오직 내가 받은 ‘좋아요’ 수만 알 수 있다면 위험한 행동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보다 더 많이 ‘좋아요’를 받은 사람에게 ‘비교 메커니즘’을 작동시켜 더 큰 반응을 이끌기 위해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 둘째, 이러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위험한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이성적인 판단뿐만 아니라 시기심(envy)이라는 감정적 매개체다. 즉, 보상에 대한 채집 욕구는 꼭 이성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기심이라는, 도덕적으로 뭔가 불편한 감정에 의해서도 매개된다는 것이다. 시기심은 실험 문항 가운데 “다른 사람들이 페이스북에서 많은 축하를 받는 걸 보면 왠지 짜증난다”는 표현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런 감정은 평소 우리가 당당하게 드러내지 않는 솔직한 감정이라 연구 결과에 재미를 더한다.



이정 한국외국어대 GBT학부 교수 jung.lee@hufs.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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