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감염 위험 ‘게하 파티’ 막으니… ‘석식’으로 바꿔 꼼수영업

유채연 기자

입력 2021-07-30 03:00:00 수정 2021-07-30 14: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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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 관련 30명 등 숙박객들간 감염 사태 확산
숙박업소 주관 파티 못 열게 하자 공용공간서 투숙객에 술-안주 제공
“성수기 예약 서둘라” 버젓이 홍보… 참석자 “테이블 합석도 제지 안해”
지자체는 “식당 영업, 단속 어려워”



“혼자 왔는데 A게스트하우스에서 좋은 사람들 만나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갑니다. 역시 A게스트하우스 석식은 최고!”

제주 제주시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 예약 홈페이지에는 20일 이 같은 후기가 올라왔다. 이날은 제주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우려해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3단계로 격상한 다음 날이었다. 숙박시설에서 파티 등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될 때부터 이미 전면 금지된 상태였다.

하지만 A게스트하우스는 홈페이지 등에 ‘많은 인원이 찾는 파티 게스트하우스’라는 문구를 올려두고 파티를 변형한 ‘석식(저녁식사) 자리’를 매일 주선해온 것이다. 이 게스트하우스 홈페이지에는 “석식 즐거웠어요. 좋은 사람 많이 알아가요. 번호 5개는 딴 것 같네요”, “다른 숙박객들과 게임도 하고 재밌었습니다” 등의 후기가 줄줄이 달렸다.

최근 제주 게스트하우스 투숙객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확산되고 있지만 전국의 주요 관광지 숙박업소에서는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29일 기준으로 제주 게스트하우스 3곳 관련 확진자는 30명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온 숙박객이 다른 숙박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방역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 내 파티 개최 등 방역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8월 게스트하우스에서 주관한 파티를 통해 집단감염이 확산되자 거리 두기 2단계 조치가 시행될 때부터 도내 숙박업소 내 파티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자 게스트하우스들은 ‘석식’이라는 편법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점주가 투숙객을 대상으로 석식 자리 참여 의사를 묻고 일정 시간 동안 공용공간에서 술과 안주를 제공한 것이다.

9일 제주시의 한 게스트하우스 석식 자리에 참여했던 김모 씨(27)는 “석식 자리에 모두 20여 명이 참여했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니 테이블 간 이동을 해도 점주가 방관해 불안했다”고 했다. 또 다른 숙박객 A 씨(30)는 “제주 전역에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스태프가 ‘분위기를 풀어주겠다’며 합석해 테이블에 6명이 모여 앉기도 했다”고 전했다.

제주뿐 아니라 부산, 강릉 등 주요 관광지의 게스트하우스들도 유사한 영업 행태를 보이고 있다. 홈페이지에 ‘1차에는 바비큐 파티, 2차에는 술·음악 파티 진행’이라는 홍보 문구를 버젓이 내걸고 있다. 취재팀이 파티와 석식을 홍보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4곳에 연락해 예약 가능 여부를 묻자 4곳 모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된다. 성수기라 마감이 빠르니 예약을 서두르라”는 반응을 보였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는 “숙박업소가 손님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를 한다면 사실상 파티와 다를 게 없다. 방역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을 단속해야 할 지자체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가 1층을 일반 음식점으로 신고해 영업하고 있어 테이블당 5명이 넘지 않으면 방역 수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수기 여행지에서 단체 식사나 음주가 이뤄질 경우 집단감염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실내 공간에 여러 사람을 모아놓고 식사와 주류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집단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며 “최대한 여러 사람이 모이는 환경을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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