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델타변이, 하루만에 2차 전파… 쫓아가는 방역으로 막기 어려워”

조건희 기자 , 김소영 기자

입력 2021-07-28 03:00 수정 2021-07-28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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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변이 비상]국내 델타 검출률 최근 1주새 48%
밀접 접촉자 찾으면 이미 확산
전문가 “기존 공식 맞지않는 상황”
변이 돌파감염 72명중 54명이 델타… 비수도권 5인금지에도 이동량 늘어


27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5.7도까지 오른 가운데 동작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얼음 조끼를 입은 의료진이 코로나19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중에서 인도발 ‘델타 변이’가 처음 확인된 건 4월 말이다. 불과 석 달 만에 델타 변이는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우세종이 됐다. 그만큼 전파 속도가 방역당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상황이다. 최근 수도권의 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7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서 델타 변이가 검출됐다. 감염 경로를 추적하던 방역당국은 크게 당황했다. n차 감염이 너무 빠른 속도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 접촉 하루 만에 n차 전파… “믿기 어려운 속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에 따르면 집단감염의 발단은 이달 2일 70분짜리 오전 수업이었다. 수업 내내 강사 A 씨와 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중 B 학생은 4일 오전 한 종교시설에서 C 씨를 만났다. 그런데 며칠 후 A 씨와 B 학생뿐 아니라 C 씨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역학조사 결과 A 씨와 C 씨 사이에는 아무 접점이 없었다. 결국 델타 변이가 B 학생의 몸에 들어간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아 강한 전파력이 나타난 것이다.

B 학생과 함께 수업을 들은 D 학생의 경우에는 n차 감염이 더 빨랐다. D 학생은 가족인 E 씨와 주말(3, 4일)을 보냈다. E 씨는 5일 F 씨와 같은 교육시설을 이용했다. 이들은 모두 코로나19로 확진됐다. ‘A 씨→D 학생→E 씨→F 씨’에 이르는 3차 전파가 고작 사흘 만에 일어났다. 접촉 후 새로운 감염까지 평균 하루밖에 안 걸렸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수업 때 에어컨을 틀고 환기를 하지 않았던 걸 감안해도 믿기 어려운 전파 속도”라고 말했다.


델타 변이는 예전이라면 밀접 접촉으로 보지 않았을 짧은 마주침으로도 감염되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달 중순 수도권 한 식당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확진자 등 뒤에서 반대쪽을 바라보고 손님 G 씨가 식사했다. 두 사람이 식당에 동시에 머무른 시간은 단 20분. 하지만 G 씨의 검사 결과는 양성이었다. 마주 앉아 대화하지도 않았고, 긴 시간도 아니었는데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이다.


○ “조만간 ‘쫓아가는 방역’ 불가능해질 듯”
현장의 역학조사관들은 ‘쫓아가는 방역’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김성곤 인천시 역학조사관은 “‘집단감염이 발생하려면 한 공간에서 장시간 노출이 필요하다’는 등의 기존 공식이 맞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진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도 “전파 속도가 빨라진 걸 현장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접종 완료자가 다시 확진 판정을 받는 ‘돌파감염’도 델타 변이가 가장 많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국내 돌파감염 추정 사례는 총 779명(22일 기준)이다. 돌파감염자 일부를 분석한 결과 변이 감염이 72명이었는데, 그중 델타 변이가 54명으로 가장 많았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 추적 조사로는 새로운 감염을 원천 봉쇄할 수 없고 확진자가 활동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만 기대할 수 있다”며 “거리 두기와 실내 환기 등 ‘기본’을 제대로 지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1주일(19∼25일) 전국 인구 이동량은 2억2603만 건으로 전주(2억2414건)보다 오히려 0.8% 증가했다. 19일부터 비수도권의 사적 모임을 4명까지만 허용하는 조치를 했는데도 효과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30일부터 거리 두기 3, 4단계 지역의 대형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식당처럼 출입명부 작성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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