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3개국 해운사 운임담합” 과징금에 국내 이어 中도 반발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27 03:00 수정 2021-07-2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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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해운업계, 공정위 조사 우려”
해양당국서 韓 해수부에 서한… “양국 지침따라 사업해 온것일뿐”
中선사협의회도 항의 의사 밝혀… 중국선 해운사 공동행위 허용해
공정위 “과징금 규모는 확정 안돼… 선사 의견 모아 전원회의 거칠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한국, 중국, 덴마크, 프랑스 등 국적의 23개 해운사에 대해 운임 담합을 했다며 과징금 부여 방침을 정한 가운데, 국내 선사들에 이어 중국 정부도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반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오랫동안 국제 관행으로 행해진 해운사 운임 공동협의를 담합으로 판정한 건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향후 다른 국가들의 반발도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해양당국인 교통운수부 수운국은 5월 한국 해양수산부에 서신을 보냈다. 중국 측은 서한을 통해 “중국 정기선 회사들이 이번 조사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고, 수운국도 이번 조사의 영향이 중대하다고 생각한다. 협의회 내부 정관에도 회원 간 운임 조율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가 협회 성격과 역할을 적극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 공정위는 5월 초 국내 12개 해운사와 중국 COSCO, SITC, 덴마크 머스크, 프랑스 CMA CGM, 대만 에버그린 등 해외 11개 선사에 ‘한-동남아시아 노선에서 운임 담합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여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통보했다.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5000억∼6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선사들은 ‘운임 관련 협의는 해운법 29조에 보장된 공동행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선사들은 “공동행위는 국제적으로 1800년대부터 용인돼 온 것으로 공정거래법 예외 대상이다. 해운시장 안정을 위해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대부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선사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도 정부 차원에서 공정위 조치에 반기를 든 것이다. 한중 해운 관련 공식 협의체인 황해정기선사협의회 중국 사무국도 한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항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6월 23일 협의회 한국 사무국에 A4용지 3장 분량의 서신을 보내 “양국 정부 지침에 따라 사업을 해왔는데, 이번 한국 공정위의 조사는 중국 선사들의 강한 불만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다수의 선사들이 즉각 협의회를 탈퇴할 의사를 갖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중 해운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고 반발했다.

협의회 중국 사무국 측은 “한국 공정위 조사가 계속되면 한중 해운 시장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집단 항소도 불사하겠다”며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판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은 2008년부터 독점금지법을 시행하면서 가격 담합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해운사 공동행위는 인정하고 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부회장은 “공동행위를 담합으로 보면 국제적으로 용인된 표준 행위를 한국만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잇따르는 반발에 공정위 측은 “동남아 항로와 관련한 과징금은 잠정적인 조치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향후 선사 의견을 수렴하고 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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