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날개 단 日 ‘접객서비스’[Monday DBR]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 김윤진 기자

입력 2021-07-26 03:00 수정 2021-07-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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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호텔이나 전통 여관, 리테일 점포 등에서 유난히 친절하고 꼼꼼하게 접객을 하는 판매 직원들을 만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쇼핑의 주 무대가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오프라인 점포가 고전을 겪게 되자 일본에서는 이런 전통적인 ‘접객 서비스’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판매원을 만나 화상으로 30분∼1시간 정도 일대일 설명을 들은 뒤 상품을 구입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오프라인 매출이 뚝 떨어진 백화점을 중심으로 온라인 접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 백화점 중 가장 적극적으로 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곳은 바로 미쓰코시 이세탄백화점이다. 현재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은 의류, 시계, 보석, 와인 등 총 14개 범주 200여 개 브랜드, 총 100만 품목의 상품에 대해 온라인 접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고객은 점원과 채팅을 통해 쇼핑의 목적, 취향, 예산을 알려준 뒤 상담을 예약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이세탄에서 오랜 기간 판매를 담당해 온 직원들이 사전 채팅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상담을 준비한다. 이 직원들은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3시간 이상 공들여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서비스는 오프라인 점포에서 오래 근무한 판매원의 접객 기술을 온라인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매장들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세탄백화점 역시 대형 온라인 쇼핑몰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이 ‘판매원의 역량’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판매원이 단지 상품을 전달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경험을 토대로 고객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기 때문에 구매로 연결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와 메타버스 등 신기술 도입도 온라인 접객을 위한 커머스 기업들의 변신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이세탄백화점의 ‘리모트 쇼핑 앱’에 접속하면 채팅, 동영상 접객, 구입까지 모든 프로세스를 앱에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메타버스 기반 가상 쇼핑몰에 들어가면 실제 이세탄백화점 신주쿠점에서 근무하는 스타일리스트가 아바타로 등장해 고객들의 요구에 응대해 준다.

백화점뿐만 아니라 의류업계도 온라인 접객에 한창이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인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는 2020년 4∼5월 매출이 전년 대비 91% 감소하면서 점포 약 240개가 영업을 중단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다른 브랜드보다 빨리 온라인 접객과 라이브 커머스를 채택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같은 기간 인터넷을 통한 판매액이 25% 증가했는데 이는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상품을 제안하고 싶다는 판매 직원의 제안을 회사가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점포 직원들에게 판매 의욕을 불어넣을 수 있는 보상 솔루션도 등장했다. 일본의 벤처 기업 ‘바니시스탠더드’가 제공하는 솔루션은 의류 기업에서 일하는 판매원들이 온라인 매출에 공헌한 정도를 숫자로 가시화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즉 직원들의 디지털 접객 성과를 정량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평가, 보상에 반영해 판매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솔루션은 직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 사진을 쉽게 찍어 올릴 수 있도록 보조한다. 직원들은 이 앱을 이용해 점포에 진열된 의류를 직접 코디해 입은 사진을 게재할 수 있으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연동해 다양한 채널에 노출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수년간 현장에서 고객을 만난 경험을 가진 직원이 브랜드의 얼굴이 되면서 소비자와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접객 한 번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나 팬이 수만 명 생겨 자신만의 독자 브랜드를 세운 인플루언서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게니까 산다’에서 ‘이 사람이 추천하니까 산다’로 구매 결정의 이유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브랜드 자체뿐만 아니라 브랜드의 유산과 스토리를 전달하는 사람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시사점을 전한다. 디지털 전환기 기업들이 브랜드 철학을 이해하고 제품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판매원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봐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24호에 실린 ‘이 가게니까 구매 → 이사람 추천이니까 구매’를 요약한 것입니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hsjung3000@gmail.com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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