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날개 단 유통공룡 신세계, 네이버·쿠팡 이길 카드는?

뉴스1

입력 2021-06-25 06:09 수정 2021-06-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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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 한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설립한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미국 이베이 INC와 이베이코리아 유한책임회사 지분 매매에 관한 주요 계약조건에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뉴스1
신세계그룹이 마침내 이베이코리아의 새주인이 된다.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신세계가 온라인 ‘날개’까지 장착하면서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유통을 아우르는 최강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오프라인은 롯데와 신세계가, 온라인은 네이버와 쿠팡이 주도하면서 구분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시장판도가 완전히 바뀌면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무한경쟁 시대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이커머스 점유율 17%, 온라인 사업 비중 50%↑”…‘온+오프라인 종합 기업’ 도약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미국 이베이 본사 합의했다. 양사는 한국은행에 제출한 외국환거래 관련 신고가 수리되는대로 거래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의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단숨에 업계 최강자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12%다. 3%대인 SSG닷컴과 합치면 15%대로 올라선다. 네이버(17%)와 쿠팡(13%)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셈이다.

2020년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 News1
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기반 사업을 영위해 온 이마트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사업 비중이 약 50%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그룹으로서도 ‘온라인’과 ‘디지털’로 ‘체질 대변화’가 일어나게 된 셈이다.

신세계는 이번 인수를 ‘디지털 에코시스템’ 구축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오프라인 양대 축과 이베이코리아·SSG닷컴 등 온라인 종합 플랫폼에 올해 인수한 SSG랜더스 야구단 등까지 더해 ‘온-오프 360 에코시스템’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신세계-이베이 ‘시너지’에 네이버까지 맞손…“삼각 동맹 출격”


신세계(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가 가진 ‘차별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단순 산술적인 계산보다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마트가 주력하고 있는 ‘그로서리’(식료품)에 이베이코리아의 강점인 가전, 공산품 등 비식품 분야까지 더해져 콘텐츠 경쟁력도 극대화할 수 있다. 신세계와 ‘혈맹’ 관계를 맺고 있는 네이버까지 합세해 각자의 특성과 입지를 살려 ‘3각 동맹’을 구축할 수도 있다.

또 이베이코리아는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물류센터 문제를 이마트 등 신세계 오프라인 매장들의 P.P(피킹 앤 패킹)센터를 활용해 해소할 수 있다. 반대로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 옥션 등과 연계로 부족했던 이커머스 접근성과 고객을 확대할 수 있다.

네이버의 이베이 인수전 철수 이후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세계와 네이버간 ‘이상기류’ 또한 적어도 당분간은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향후 사업확장을 위해선 서로에게 서로가 가장 필요한 ‘이해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 관계자는 “이베이 인수 후 협력 강화를 위해 식선식품 등 제휴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와 증권계 등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네이버 장보기’ 전용관에 이마트가 입점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접근성’을, 네이버는 식선식품 ‘경쟁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1일 “네이버는 사실 이베이코리아 지분 투자 필요성이 제한적”이라며 “네이버가 필요한 것은 이마트의 식품 카테고리와 제 3자 거래 밴더들을 락-인(Lock-in) 시키기 위한 물류 인프라”라고 분석했다.

이어 “SSG닷컴은 대형마트를 기반으로 두고 있고, 식품 온라인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업체”라며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유통 실질적 시장점유율 2위 업체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베이코리아는 SSG닷컴의 물류 노하우를 접목시켜 매입 및 재고관리 및 배송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고, SSG닷컴의 식품 온라인 고객 풀을 이베이코리아로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승자의 저주’ 피할까…“쿠팡과 ‘일전’ 만만치않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SSG랜더스 구단주)이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SSG랜더스 창단식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 News1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신세계가 홀로 감당해야 할 인수금액 등 막대한 투자금이 첫째 불안요소로 거론된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금액은 3조4400억원대다. 신세계 그룹 역사상 ‘최대규모’다. 현재까진 이마트로선 당장 실탄을 마련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마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638억원이다. 여기에 올해 가양점 매각으로 6800억원 가량을 추가 조달했다. 여기에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이마트 점포 등 ‘세일즈 앤 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최대 1조원 가량 더 조달할 수 있고, 핵심 계열사인 SSG닷컴에서도 5000억원 가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5.9%의 가치도 9000억원대에 달한다.

문제는 천문학적 금액만큼 ‘성과’를 낼 수 있을지를 놓고는 여전히 ‘물음표’를 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특히 최대 경쟁자인 쿠팡과의 ‘일전’이 관건이다. 쿠팡은 신세계와 수조원대 자금을 이베이 인수를 위해 쏟아부은 것과 달리, 미국 뉴욕증시(NYSE) 상장을 통해 딱 그만큼 실탄을 확보했다. 쿠팡은 이를 통해 비수도권 중심 지역들에 물류센터와 인력을 확충하고 로켓배송의 ‘전국화’를 위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금 유동성’이 장점인 이마트에서도 인수금액은 막대한 ‘출혈’일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쿠팡의 ‘파상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선 온라인 사업구조 재편과 물류 경쟁력 확충을 위한 추가 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G마켓을 인수한 2009년 당시 최대 87%에 달했던 이베이코리아의 점유율은 지난해 12%까지 떨어졌다. 쿠팡과 비교해 현저히 부족한 이베이코리아의 물류배송 역량이 양측의 명운을 가른 결정적 국면이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식료품과 생필품 위주인 이마트의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이마트는 인수발표 직후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종대 연구원은 “쿠팡의 가장 큰 경쟁력 중 하나가 배송이고 추가적인 배송 인프라 개선을 위해 몇 조원을 더 쓸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이베이코리아는 공산품을 주 카테고리로 하고 있고, 쿠팡과 완전히 겹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쿠팡과 전면전을 펼치면서 시장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마케팅 확대와 가격 경쟁, 그에 따른 영업손실 증가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조원대 온라인 풀필먼트 센터 투자와 신세계그룹의 오프라인 거점을 온라인 물류 전진기지로 활용해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 할 것”이라며 “당일배송 등을 통해 셀러 경쟁력 향상은 물론, 이베이의 대량물량을 기 반으로 센터 가동률을 높여 투자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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