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폐비닐이 新유전”… 환경 지키며 석유 뽑는다

곽도영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6-16 03:00:00 수정 2021-06-16 14: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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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ESG 경영’ 바람 확산

‘버려진 비닐봉지를 석유로.’

SK그룹이 최근 이 같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방침에 따라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폐비닐에서 석유를 뽑아내는 기업에 잇따라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이 폐비닐 석유 기업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종합화학이 지분 투자에 나선 국내 폐비닐 석유 기업 에코크리에이션의 공정 모습. 에코크리에이션 제공
15일 SK이노베이션 및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국내 최대 폐비닐 석유 기업인 에코크리에이션에 약 70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 이달 초 투자 실사를 완료하고 이달 말로 예정된 투자최종심의위원회만 남겨 두고 있다. 폐비닐 석유 기업은 국내에 13곳가량 있지만 투자 대상 기업은 유일하게 자체 국산 장비를 개발한 곳으로 내년 상반기(1∼6월)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폐비닐 석유 기업 브라이트마크에도 약 2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주 1차 현지 투자 실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이트마크는 올해 2월 SK종합화학과 폐비닐 재활용 사업 관련 제휴를 맺었으며 연간 10만 t의 폐비닐을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올 상반기에 미국 인디애나주에 완공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SKC와 SK피아이씨글로벌이 약 1000억 원을 투자해 울산에 폐비닐 석유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도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 간쿄에네르기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과자, 라면 봉지 등 버려진 비닐봉지는 페트병과 달리 그간 재활용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폐비닐 석유가 성장성과 친환경성이 높은 시장으로 꼽히는 이유다. 하루 평균 국내에서 방출되는 폐비닐은 약 950t에 이르는데, 현재 기술로는 비닐봉지 1t당 석유제품 약 500L를 뽑아낼 수 있다. 향후 정제 수준이 높아지면 플라스틱 원료로의 추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 계열사들이 폐비닐 석유 시장에 적극 나서는 데에는 최 회장의 ESG 경영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재무적 성과를 중심으로 한 기업 평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ESG를 기업 경영의 원칙으로 삼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폐비닐을 비롯한 플라스틱 오염 해결은 이산화탄소 감축과 더불어 올해 초 SK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신설된 환경사업위원회의 핵심 목표다. 최 회장은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플라스틱 바다’를 주변에 추천하기도 했다.

SK뿐 아니라 버려진 비닐봉지, 페트병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은 효성, 롯데의 주요 화학 계열사로 확산되는 추세다.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최근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친환경 섬유 소재인 ‘리젠’을 개발한 데 이어 이를 바탕으로 완성품 패션 시장에도 진출했다. 조 회장은 올 초 “리젠 프로젝트가 국내 친환경 재활용 섬유 시장의 모범적인 표준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전사적인 친환경 시장 저변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롯데그룹도 신동빈 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로 제품을 만드는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은 버려진 페트병으로 옷 등을 만드는 ‘프로젝트 루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몰렸던 석유화학 기업들이 ESG 경영의 실험 무대가 되고 있다. 주요 기업 총수들이 직접 나서 탄소 제로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now@donga.com·서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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