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인사동, 외국인 돌아올까…“하루 2만원 판다” 2년째 신음

뉴스1

입력 2021-05-12 17:03 수정 2021-05-1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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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거리의 모습. 외국인 관광객이 줄자 한산한 모습이다. ©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뚝 끊긴 서울 인사동과 명동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거리에는 ‘상가임대’와 ‘폭탄 세일’을 알리는 가게들이 즐비하고, 찾는 이들도 인근 직장에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사람들뿐이라 대낮에도 문을 닫은 가게들이 많았다.

12일 뉴스1이 오전 11시쯤부터 30분 동안 인사동 거리에서 발견한 외국인은 6명에 불과했다. 한때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 타깃 외국어 안내판으로 가득했던 거리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유명 케이팝 스타들의 굿즈가 넘쳤던 가판대에는 어느새 유명 트로트 가수들의 굿즈로 채워졌다. 외국인 관광객이 사라지자 장년층 타깃 상품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인사동 메인거리에서 잡화점을 하는 70대 김모씨는 “외국인들이 아예 없다. 주로 사가던 아이돌 배게, 부채는 안 팔린지 오래다. 가게에 물건을 들여놓지 않는 지도 오래됐다”며 “먼지가 쌓여 지난번에 한번 버리기도 했다”며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김씨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70%가량 줄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잠시 ‘착한 임대인’ 캠페인으로 임대료가 소폭 내려가기도 하고, 재난지원금을 받기도 했으나 매출 하락폭이 훨씬 더 컸다.

김씨는 “하루 2만원 팔았다는 사람들이 허다하다. 2만원이면 기껏해야 기념품 1~2개인데 평생 장사해온 여길 떠날 수가 없으니 마지못해 문을 여는 것”이라며 “곧 여름인데 에어컨 틀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로나가 끝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인근 전통공예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장 박모씨는 오늘 첫 손님이라며 기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 또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하소연하며, 물건을 사진 않더라도 구경하는 관광객들로 활기를 띠던 거리가 그립다고 했다.

박씨는 “매출은 폭탄을 맞았는데, 임대료는 그대로니 적자가 누적된다”며 “하나둘씩 문 닫는 모습을 보면 ‘나도 이제 그만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하소연했다.

12일 서울 중구 명동 내 화장품거리의 모습. 문을 닫은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뉴스1
오후 1시쯤 찾은 명동 거리도 인사동과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장품 가게가 몰린 중심 거리 상가 1층 절반 넘게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영업 중인 곳도 손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가게마다 음악을 틀어놓으며 시끌벅적했던 풍경도 옛말이 됐다.

1층이 문을 닫자 대낮에도 영업을 접은 2층 가게도 부지기수였다. 건물 전체가 통째로 ‘임대 중’인 곳도 있었다. 골목 상가는 문을 연 곳이 없어 쓰레기만 날리는 곳도 있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서울 명동 상가의 공실률은 38% 수준이다.

명동에서 마라탕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점심시간대에 평소에는 2층까지 손님들로 꽉 찼는데, 지금은 1층에도 손님이 없다”며 “2층은 화장실 용도로만 쓰는 중”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임대료만이라도 유예해주거나 한시적으로 내려주면 재난지원금 이상의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나마 매출이 생겨도 절반은 임대료로 나가기 때문이다.

인근 부동산의 한 공인중개사는 “공실이 많아서 임대료도 내려갔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생각보다 답답하지 않은 건물주가 많다. 코로나만 끝나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조사한 ‘2020년 서울형 통상임대료 조사 및 분석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명동과 인사동은 임대료가 높아 통상임대료 비중이 50%를 넘었다.

통상임대료란 월세와 공용관리비를 비롯해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한 금액 등 임차인이 영업활동을 하면서 매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을 일컫는다.

특히 인사동의 경우 지난 2019년 대비 통상임대료가 오히려 2.1% 늘었다. 서울 내 150개 상권의 통상임대료가 평균 0.6% 하락한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명동거리는 3.1%, 홍대입구역는 5.9% 각각 줄었다.

통상임대료는 큰 변동이 없지만 월매출액은 급감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인사동의 월매출액은 58.7%, 명동거리는 62.8% 감소했다. 홍대입구도 53.2% 줄었다. 주요 150개 상권이 평균 36.4% 감소한 것과 비교해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던 상권의 타격이 2배 가까이 더 컸다는 얘기다.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1분기(1~3월) 외국인 입국자는 21만4117명으로 전년 동기 213만297명 대비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승무원을 제외하면 올해 외국인 입국자는 11만2108명으로 지난해 동기 198만1669명 대비 5.7%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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