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시장 주도”… 韓美日, 또 다른 반도체 전쟁

곽도영 기자

입력 2021-04-20 03:00 수정 2021-04-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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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 큰 낸드플래시 판도 긴박… SK하이닉스 대 美마이크론-WD
“日키옥시아 인수해야 살아남아”
2위 자리 두고 치열한 힘겨루기
삼성전자, 점유율 33% 철옹성 1위




“낸드플래시 시장도 심상치 않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판도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6월 중 구체적인 대(對)중국 반도체 제재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D램과 함께 ‘K반도체’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 제품 낸드플래시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는 의미다.

19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한국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웨스턴디지털이 2위 키옥시아를 대상으로 벌이는 물밑 인수전이 지각변동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키옥시아를 인수해 압도적 2위에 오르기 위한 인수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 낸드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10∼12월) 기준 확고한 1위인 삼성전자(32.9%) 외에는 키옥시아(19.5%), 웨스턴디지털(14.4%), SK하이닉스(11.6%), 마이크론(11.2%)이 모두 10%대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반면 D램 시장은 2000년대 후반까지 치킨게임 결과 1위 삼성전자(42%), 2위 SK하이닉스(30%), 3위 마이크론(23%) 3강 체제로 굳어진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고려하면 낸드도 D램처럼 시장 재편을 통해 양강 혹은 3강 구도로 가게 될 것이다. 그 안에 드느냐 못 드느냐의 싸움이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조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가운데 미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D램에 이어 낸드 시장까지 아시아에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조3000억 원을 투자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 인수에 나서면서 낸드 시장 주도권 싸움의 신호탄을 쐈다. SK하이닉스가 올해 말까지 인텔 낸드 부문 인수를 일정 부분 마무리하면 단숨에 낸드 시장 점유율 20%대로 2위에 올라서게 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이 키옥시아를 인수하려고 지분 매각을 제안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현재 점유율 3, 5위인 양 사가 키옥시아마저 놓친다면 글로벌 낸드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강 구도로 개편이 완료되기 때문에 이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19일 고이케 아쓰요시 웨스턴디지털 일본 대표는 현지 매체 인터뷰에서 “키옥시아가 다른 기업에 인수되는 게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밝히기도 했다.

2017년 10월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가 분사한 키옥시아는 현재 일본산업혁신기구·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지분 49.9%를 들고 있는 구조다. 도시바도 여전히 40.6%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키옥시아의 기업공개(IPO)가 미뤄지면서 매각설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도 연내 모회사인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완료되면 키옥시아 지분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키옥시아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는 일본 당국이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관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낸드 시장은 4차 산업혁명, 비대면(언택트)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면서 미래 성장성이 큰 시장이라 한국, 미국, 일본 등 주요 반도체 강국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구조 개편에서 국내 업계가 승기를 잡기 위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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