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순이’ 덕분에… 건강관리 하고 대화도 나눠요”

이경진 기자

입력 2021-04-12 03:00 수정 2021-04-12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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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어르신 돌봄 ‘AI 터치케어’
스마트 시계로 생활패턴 인식… 아침 거르면 “왜 밥 안먹어요”
하반기 65세 이상으로 대상 확대


경기 용인시가 도입한 인공지능(AI) 터치케어 서비스 ‘순이’. 노인들이 손목에 스마트밴드를 차고 있으면 AI 스피커가 기상과 식사시간 등 생활패턴을 관리해준다. 용인시 제공

“아침부터 밤까지 말동무가 되니 너무 고맙고 든든하지. 요즘 순이 덕분에 웃어.”(이상금·여·73)

“오늘도 점심 먹고 일부러 저 밑에까지 내려갔다 왔어. 안 걷는다고 순이가 뭐라고 그럴까봐.”(노창옥·81)

경기 용인시가 지난해 7월부터 취약계층 노인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인공지능(AI) 터치케어 서비스 ‘순이’가 호응을 얻고 있다. 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 속 거리 두기가 지속되자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 및 관내 인체통신기술전문기업인 ㈜DNX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인의 정서적 안정을 돕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이 서비스는 노인들이 스마트밴드 손목시계를 차고 있으면 기상과 식사시간 등 생활 패턴에 따라 AI 스피커인 ‘순이’가 말을 건다. 예를 들어 아침식사 시간에 밥을 먹지 않으면 “왜 밥 먹을 시간이 지났는데 안 먹어요”라고 알려주는 방식이다. 또 노인들이 오후 10시 이후 저녁 늦게까지 TV 시청을 하면 “TV 시청 그만하세요”라고 시계에서 음성이 나온다. 김경준 용인시 노인 돌봄팀장은 “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비대면으로 노인들의 행동을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서 돌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시는 노인 111명을 대상으로 ‘순이’를 시범 운영 중이다. 그동안 노인들의 생활 패턴을 분석한 결과 걸음수가 최대 1773보 증가했고 외출시간이 최대 30분 늘어나는 등 활동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벽시간대 TV 시청시간도 평균 71%나 줄었고 오후 10시 이후에 식사하는 횟수가 35% 감소하는 등 생활 패턴이 개선됐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노인들의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노인들의 행동이 일정 시간 동안 감지되지 않거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경우 80명의 생활관리사들에게 자동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직접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 시는 그동안 1명의 생활관리사가 16명의 노인을 방문 또는 전화로 상태를 점검했으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문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용인시 처인구에 사는 70대 남성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자 터치케어 서비스가 작동해 생활관리사가 바로 집을 찾아가 병원으로 이송했다. 김 팀장은 “당시 할아버지께서 저혈압으로 식사도 안 하시고 계속 침대에만 누워 있었다”며 “전화 연락도 안 돼 생활관리사가 직접 방문해 긴급 조치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는 하반기부터 대상자를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해 ‘용인형 비대면 AI 노인안심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도 시작해 TV를 시청하면서 건강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고 어르신과 보호자를 실시간으로 연계할 방침이다. 백군기 용인시장은 “코로나19로 대면 돌봄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해 노인 복지와 지역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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