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장 비용, 한국의 최대 10배”… ‘대어’ 낚시 나선 거래소

김형민 기자 , 이상환 기자

입력 2021-04-09 03:00 수정 2021-04-0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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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대박’ 이후 마켓컬리-야놀자 등
줄줄이 뉴욕행 추진… 속타는 한국거래소 “발길 잡아라”





한국거래소가 최근 게임업체 ‘크래프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 등 국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들을 잇달아 접촉해 전례 없던 상장 유치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유니콘이나 유니콘 직전 단계의 이커머스, 핀테크, 바이오 기업들이 ‘넥스트 쿠팡’을 기대하며 미국 증시 상장을 저울질하자 이들을 국내로 유치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 “야놀자 한국 상장땐 120억, 미국선 1000억 원”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3월 말 야놀자를 대상으로 상장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미국과 한국 증시 상장 때 들어가는 비용을 구체적으로 비교 분석하고, 미국 상장 시 법률 및 규제 리스크 등을 상세히 설명했다.

거래소는 야놀자의 공모 예상 금액을 5000억∼1조 원으로 가정해 국내 상장 때 소요되는 비용을 100억∼120억 원으로 추산했다. 반면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600억∼1000억 원이 드는 것으로 예상했다. 상장 주관 금융사에 내는 수수료가 한국은 공모가의 1%, 미국은 5%로 차이가 나고 법률·회계 자문 수수료도 한국은 10억 원, 미국은 최소 100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거래소는 야놀자 외에도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기업들을 임원급이 잇달아 만나 상장 유치 마케팅을 벌였다. 거래소 관계자는 “미국의 비싼 상장 추진 및 유지비뿐 아니라 투자자 보호를 위한 까다로운 컴플라이언스, 이를 어길 경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 리스크를 설명했다”고 했다.

이에 힘입어 미 증시 상장을 검토했던 크래프톤은 8일 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착수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인기로 상장 후 몸값이 최대 30조 원까지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유니콘, 국내 증시 상장 지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가 일찌감치 뉴욕증시 입성을 택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미국과 국내 상장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설립한 미국 현지 기업들도 나스닥시장 상장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비상장 기업이 미 증시로 눈을 돌리는 것은 상장 요건이 덜 까다로운 데다 국내보다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증시의 차등의결권 제도로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쿠팡도 미국에서 80조 원을 웃도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증시에 입성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의 주가 수익성 지표가 각각 15배, 25배다. 같은 회사라도 미국에 상장했을 때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미국행을 모색하는 유니콘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제도 완화에 나섰다. 우선 시가총액 6000억 원 이상, 자기자본 2000억 원 이상이던 코스피 상장 요건을 지난달부터 각각 5000억 원과 1500억 원으로 낮췄다. 특히 미래 성장형 기업을 위해 시가총액 1조 원이 넘으면 매출, 영업이익 등 다른 재무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신설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혁신 기업이 국내 증시 상장에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이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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