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광모 “올해부터 ‘덧셈 경영’”… 대대적 사업재편 예고

서동일 기자 , 홍석호 기자

입력 2021-01-22 03:00 수정 2021-01-2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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具 “미래 성장 위해 역량 집중… M&A 등 더 과감한 결정내려야”
경영진들 ‘반전 가능성’ 포기 못한 ‘20년 주력사업’ 모바일부터 메스
“기술 - 특허 매각땐 현금유입 가능”… 증권사들도 목표주가 줄줄이 상향


구광모 대표. 동아일보DB
“올해부터 ‘덧셈 경영’을 해나가야 합니다. 모두 과감해져야 합니다.”

구광모 ㈜LG 대표가 이달 초 내부 최고경영진 회의에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취임 후 약 3년 동안 내부 사업역량 다지기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더 강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미래 성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찾아 나서겠다는 뜻이다.

구 대표는 내부 구성원들에게 “그동안 선택과 집중에 의한 사업 정비를 꾸준히 해왔다”며 “이제는 미래 성장을 위한 제대로 된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더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재편과 M&A 결정 과정에서 보다 과감한 결정을 지시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권봉석 사장이 20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밝히는 등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무게를 두고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것은 구 대표의 이 같은 경영 기조 변화가 반영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한 경영’의 신호탄이라는 것이다.

LG전자는 MC사업본부가 23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며 누적 영업손실 5조 원을 기록했지만 과감히 메스를 대지 못했다. 모바일 사업이 2000년대 중반까지 가전, TV와 더불어 LG전자 성장을 이끈 ‘주력사업’이었던 탓이다.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 과거 피처폰 시대의 성공 사례를 기억하는 경영진은 반전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했다.

LG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수많은 매각·철수설이 있었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MC사업본부 철수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LG 고위 관계자도 “모바일 사업을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는 LG전자의 결론은 최근에야 내려졌다”며 “부진한 사업을 유지하기보다 과감히 정리하고, 매각 금액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유망 사업이라도 LG가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되거나, 당장 알짜더라도 미래 그림과 연관성이 없으면 과감히 정리하는 실용주의 경영을 이어왔다. 연료전지 자회사 ‘LG퓨얼셀시스템즈’, 수(水)처리 관리·운영회사 하이엔텍, 환경시설 설계·시공회사 LG 히타치워터솔루션 매각이 대표적이다. 20년 넘게 LG전자의 3대 주력사업 중 하나였던 모바일 사업도 마침표 수순을 밟게 됐다.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LG전자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20일에 이어 21일도 1만8000원(10.78%) 오른 18만5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신기록을 이어갔다. 증권사들도 목표 주가를 줄줄이 상향했다. DGB금융그룹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정리가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표면적으로 계산되는 수치 이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적자를 떨어내는 수준을 넘어 회사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도 개선된다는 취지다.

키움증권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기업 가치 측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사업부 매각”이라며 “대규모 적자 요인을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LG전자의 기술, 특허 등의 매각으로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조자개발생산(ODM) 위주로 재편해 중저가폰 중심의 사업을 존속하는 판단을 내릴 경우 생활가전이나 TV 등에서 구축한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도리어 훼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홍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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