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10곳중 4곳 “내달부터 주52시간, 준비 안됐다”

김호경 기자 , 송혜미 기자 , 허동준 기자

입력 2020-12-01 03:00:00 수정 2020-12-0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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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중앙회 지난달 500곳 설문
“탄력근로 확대 등 요구 반영안돼… 상당수 기업인 범법자 내몰릴것”
경총 “계도기간 연장해야” 지적



정부가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본격적으로 적용하기로 하면서 재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과 구인난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영난까지 덮치면서 적잖은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대비하지 못해서다. 코로나19 타격이 큰 업종에서는 “사업하지 말란 얘기냐”는 불만까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30일 50∼299인 중소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1월 50∼299인 중소기업으로 주 52시간제를 확대 시행하면서 1년간 정부 차원의 근로감독을 실시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뒀는데, 내년 1월부터 근로감독을 실시한다. 위반이 적발되고도 4개월간 시정하지 않으면 최장 2년의 징역 또는 최고 2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고용부는 또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도 계도기간을 따로 두지 않을 예정이다.


이날 결정은 고용부의 전수조사 결과 50∼299인 기업 91.1%가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기업들의 준비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10월 26일∼11월 6일 중소기업 500곳을 설문한 결과 39%가 ‘주 52시간제를 준비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다만 500곳 중 13%는 현재 준비는 안 됐지만 연말까지는 준비가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주간 근로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기업 중에선 83.9%가 준비를 못한 상태였다. 고용부 조사와 차이가 나는 건 중기중앙회 표본에는 주 52시간제 준비가 특히 부족한 제조업체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로 주 52시간제를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기업들은 범법자로 내몰리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시장 무대나 부스 등을 설치하는 중소기업 A사 대표는 올해 매출이 지난해 대비 80%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각종 전시회가 취소돼서다. A사 대표는 “사내 유보금이 바닥이 나서 대출금으로 겨우 버티느라 주 52시간제 대비 자체가 불가능했다”며 “납품 단가는 과거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주 52시간제로 인건비 부담까지 늘어난다면 업계 전체가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기간을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등 재계에서 요구해온 보완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적을 때 덜 일하고 많을 때 더 일해서 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맞추는 제도다. 현재 최대 3개월까지만 가능한데 재계는 이를 6개월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주 52시간제가 본격 적용되면 기업은 물론 추가 연장근로수당이 줄어 근로자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단체들도 비판적인 입장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실장은 “정부와 국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등 근로시간 유연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에 적극 나서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공휴일과 유급휴일화 조치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인건비 부담 증가와 인력난이라는 이중고에 처하게 됐다”며 “50∼299인 규모 기업에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50인 미만은 시행시기를 유예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송혜미·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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