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세 영업부장도 국문과 출신 20대도… KT ‘AI 인재’로 재탄생

유근형 기자

입력 2020-11-26 03:00:00 수정 2020-11-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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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육성 프로그램 첫 결실

KT 구현모 대표가 3월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으로 ‘2020 미래인재 육성 프로젝트’ 입교식에 참석해 인공지능(AI) 인재 육성 의지를 밝히고 있는 모습. KT 제공
“이제 곧 직장생활 30년 차. 이 나이에 내가 첨단 인공지능(AI)을 다룰 수 있을까.”

KT의 지역본부에서 줄곧 기업 영업을 해온 53세 강민구 부장은 올해 초 사내 ‘AI 전일제 교육생 모집’ 공고를 보고 가슴이 뛰었다. 나이, 전공, 현 업무와 상관없이 6개월 교육을 수료하면 AI 관련 업무로 ‘직무 전환’을 보장해준다는 내용이었다.

기대 반, 두려움 반이었지만 슬슬 퇴직 후를 걱정하던 강 부장에겐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졌다. 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교육을 이수한 그는 지난달 말부터 AI 기술을 활용하는 내비게이션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강 부장이 교육 기간 동안 수행한 ‘원내비(KT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도착시간 예측 AI 모델링’ 과제는 최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돼 올해 안에 즉시 상용화될 예정이다. 강 부장은 “50대에 접어들어 첨단 AI 기술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업무를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KT는 지난달 ‘직무 전환 보장 AI 인재육성 프로그램’ 1기를 마치고, 전일제 교육 수료생 64명을 현업 부서에 배치했다. 대부분의 수료생이 AI와 상관없는 업무를 해왔고, 이공계와 거리가 먼 문과 출신도 10명이나 됐다. 48세의 고졸 네트워크 현장 기사, 국문과 출신 20대 대리점 영업사원도 AI 개발직으로 거듭났다. KT 관계자는 “업무영역을 바꾸는 것은 대기업에선 드문 일이고, 특히 기술 분야에선 더욱 어렵다”며 “직무 전환 보장을 내걸고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AI 인재육성 프로젝트는 구현모 대표의 철학이 담긴 사업이다. AI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현재의 대학 교육 시스템으로는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재 짜내기’에 나선 것이다. 구 대표는 3월 취임 직후 대표 직속 미래가치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내부 인재 육성에 집중했다. 구 대표는 “외부에서 AI 인력을 데려와도 KT의 DNA를 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금방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많았다”며 “45세에 AI 기술을 배워도 현업에서 10∼15년을 일할 수 있으니 내부에서 역량과 열정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사내에서 육성한 AI 인재들은 서비스 혁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교육생들은 3월 말 교육 초반부터 현업 부서와 AI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실습형 프로그램을 거쳤는데, KT는 교육생들이 주도한 프로젝트 중 60%를 당장 상용화하기로 결정했다. 나머지 프로젝트들도 대부분 내년도 사업계획서에 반영됐다.

KT는 이번 프로젝트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연 2회로 교육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인재 육성 내실화를 위해 자체 AI 준전문가 자격인증 시험인 ‘AI DU’(AI 두·당신도 쉽게 AI를 다룰 수 있다는 뜻)도 도입했다. 올해 사내에서 1600여 명이 자격증을 취득했고, 내년에는 사외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진영심 KT 미래가치TF 인재육성분과 상무는 “AI 클라우드 등 첨단 분야의 국내 자격증이 대부분 지필 중심인데, ‘AI DU’는 실습형이라 현장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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