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금융기업 충돌할것… 혁신 뒷받침할 제도 정비해야”

박희창 기자 , 장윤정 기자

입력 2020-10-30 03:00 수정 2021-11-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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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기조강연 나선 타일러 카우언 교수
“결국 두 분야 합친 기업이 생존… SW 이해하는 새 은행리더가 필요”
금감원장 “규제 형평성 해결책 모색”, 정무위장 “관련 법안 조속히 처리”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 타일러 카우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정보기술기업과 금융기업 간 경쟁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실리콘밸리가 오고 있다.” 미국 최대 금융회사인 JP모건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먼의 걱정은 현실이 됐다. 기술력과 플랫폼을 가진 ‘빅테크’(대형 기술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금융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29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빅테크의 도전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개최한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에서 연사들은 기존 금융과 빅테크의 충돌을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끝장 대결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건재한 유통회사 월마트처럼 혁신하는 회사만이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기술(IT)기업과 금융기업의 충돌은 합작법인(조인트벤처)이나 인수합병을 한 기업들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세계 100대 사상가’로 꼽히는 경제학자 타일러 카우언 미국 조지메이슨대 교수(58)는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제2회 동아 뉴센테니얼 포럼’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 치운다’는 말은 사실이 됐다”며 IT기업과 금융기업이 함께 일하며 지속적으로 혁신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법적 카테고리(legal category)’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술과 법이 함께 만드는 공존의 해법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의 도전과 금융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 축사에서 “빅테크와 기존 금융권 간의 규제 형평성 문제는 금융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빅테크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 관리, 공정경쟁 기반 조성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종합적인 감독 방안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도 축사에서 “현재의 빅테크 회사들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의 전면적인 개정이 꼭 필요하다”며 “이번 정기국회 중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했다.

이날 미국 현지에서 화상으로 기조 강연을 한 카우언 교수도 새로운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 데이터, 보안성, 고객과의 관계 등에서는 IT기업이 앞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규제 당국은 IT기업의 새로운 핀테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때때로 핀테크의 발전을 늦추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에 은행은 대부분의 규제기관을 자신들 편에 두고 있다는 매우 큰 이점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쟁의 결말이 기술뿐 아니라 법과 제도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도 필요”

카우언 교수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이러한 전환이 부드럽게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IT기업과 금융기업이 제휴를 통해 새로운 법적 지위를 만들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통스럽겠지만 은행의 혁신을 위해선 소프트웨어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한 새로운 세대의 은행 리더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5세대(5G) 통신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나라이며 게임 등 많은 영역에서 리더이기 때문에 핀테크는 특히 한국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서도 제도 정비에 대한 주문이 이어졌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일 기능, 동일 규제’에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도 더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 시장과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위험에 맞춰 규제의 강도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관수 캐롯손해보험 뉴비즈앤서비스부문장은 “현재는 고객과의 접점을 쥐고 있는 빅테크가 유리한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금융회사들은 빅테크의 기술, 채널을 잘 활용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토론 진행자로 나선 김용진 서강대 교수는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가 만나 디지털 금융 현안을 논의하는 오늘 같은 자리를 더 자주 만들어야 협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장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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